[짬노트] 파마하고싶어

by쫄보 원더우먼



파마하고 싶어


어머니가 퇴원을 준비하신다.

여러 병명으로 중환자실까지 가셨던 분이다. 소변줄과 콧줄을 꽂고, 의식조차 없으시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다 극적으로 회복하셨고, 재활병원으로 옮긴 지 여섯 달 만에, 드디어 집으로 돌아오신다.

마음이 부산해진다. 친정에 가서 청소도 해둬야 하고, 반찬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하고. 머릿속으로 할 일을 헤아리며 분주해진 나에게, 어머니가 불쑥 말씀하셨다.

“나, 퇴원하는 날 파마하고 싶다.”

허헛. 참, 우리 엄마도.

웃음이 나려다, 이내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런 말씀을 하신다는 게 어디인가 싶어서. 줄을 주렁주렁 달고 눈도 못 뜨시던 분이, 하고 싶은 것이 생기고 먹고 싶은 것이 생겼다는 것. 그게 얼마나 큰일인지, 나는 안다.

먹고, 옷을 입고, 자리를 옮기고, 화장실에 가고, 씻고. 이 평범한 일들을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우리는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 말을 오래 공부했고, 수없이 강의해 왔다. 그런데 정작 그 단어의 무게를, 어머니의 병상 앞에서야 비로소 온몸으로 알게 되었다.

혼자 밥을 먹는 일. 혼자 걷는 일. 혼자 씻는 일. 그게 얼마나 당연하지 않은 일인지. 그리고 그것을 혼자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채혈을 하시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본다. 휠체어에 앉은 작고 둥근 등. 그 등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 또 다른 모험이 시작될 것이다. 병원을 떠나 집으로. 익숙한 살림 속에서, 부디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퇴원하는 날, 어머니는 정말 파마를 하실 것이다. 동그랗게 말린 머리로 환하게 웃으실 그 모습을, 나는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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