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이 안겨 주는 선물》을 읽고
비워낼수록 가벼워지고,
내려놓을수록 충만해지는 삶
조금 천천히, 조금 더 가볍게.
71세에 이 바카라을 쓴 저자는 나이 듦을 선물이자 축복, 모험이라고 말한다. 나이 듦과 자기 의심, 두려움 앞에서 삶의 끝을 준비하며 쓴 문장들에는 오래 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저자는 27년 전, 사랑하는 남편이 고작 46세였을 때 이별을 맞았다. 죄바카라감과 분노,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치유의 과정에서 플루트를 연주했고, 음악이 삶의 무게를 덜어주었다고 한다. 그 대목에서 나는 꽤 오래 머물렀다. 음악 자체가 고통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통을 너무 꽉 움켜쥐지 않도록 손과 숨과 마음을 조금씩 풀어준다. 삶을 완벽하게 연주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음악이 그녀에게 건넨 노년의 선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후 만난 두 번째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오래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요즘 나는 2년 넘게 암과 싸우고 있는 남편 곁에 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날이 있다. 그래서인지 오래 함께 살아온 남편을 바라보는 저자의 문장이 유난히 깊게 들어왔다.
상대의 결함을 내 삶의 실패로 받아들이는 대신,
오래 함께 살아온 인간의 흔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이 나이에, 사랑 말고 우리에게 무엇이 더 남아 있을까?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의 좋은 모습만 바라보며 사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결함도 보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도 만나게 된다. 그 모든 것을 지나 여기까지 함께 온 시간을 생각하면, 그 사람의 결함조차 삶의 흔적이 된다. 50대가 되고 보니 지나온 시간이 모두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좌절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고, 배신도 있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나를 조금씩 깊게 만들었다. 아등바등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양손 가득 쥐고 뛰어다녔다. 옆을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 얼굴과 몸이 달라지는 것도 안다. 예전에는 그것을 잃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어쩌면 죽음 그 자체보다 모든 희로애락을 품은 삶의 상실을 두려워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래서 매 순간 호흡을 느낄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나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가졌던 것을 잃는 슬픔만은 아니다. 앞으로 올 행복까지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때로 슬픔보다 더 무겁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고, 아직 곁에 있는 사람을 언젠가 잃을 사람처럼 바라보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이 바카라을 읽으며 생각했다.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는 일이 삶의 용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나이 듦은 끝을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아직 만나지 못한 나를 향해 떠나는 모험이다.”
나이 듦은 단순히 느려지는 일이 아니다.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는 눈, 사소한 것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마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겸손함. 지나온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꺼내어 새로운 의미로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이 듦은 나의 좋은 면만 사랑하는 시간이 아닐 것이다. 오래 외면했던 어두운 마음까지도 정직하게 바라보는 시간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도 결국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이다. 끝이 있다는 사실은 슬프다. 하지만 끝이 있기에 오늘이 더 선명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오늘을 붙든다. 아직 곁에 있는 사람의 기척을 듣고, 함께 밥을 먹고,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천천히 살아본다. 나이 듦은 어쩌면 잃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 내 곁에 당연하게 있는 것들을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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