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 원보다 비싼 것

고객은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확신을 산다

고객은 서비스를 사는 것이 아니라 확신을 산다

최근 강남의 한 대형 교육 업체에서 50여만 원을 결제했다.

교육 과정 안내를 문자로 받고 확인한 뒤 문자로 몇 차례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상담 실장이 뻔한 거짓말을 하며 핑계를 대고 발뺌을 했다.

결국 환불을 위해 시간까지 내어 다시 업체를 찾아갔다.

환불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더 이상 이 회사를 신뢰할 수 없었다.


왜 금방 들통날 일을 감추는 것일까.

그제야 상담 실장은 사과하며 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더 불쾌했다.

이미 무너진 것은 서비스가 아니라 신뢰였다.

그녀는 그 이후로도 거듭된 거짓말을 했다.

환불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본사 핑계를 댔다.

본사 담당자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니, 본인은 메신저로 본사 직원과 대화해서 모른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담당자와 통화하고 알게 된 사실.

취소 접수는 하지도 않았고, 실제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

본사 직원과 통화 후 바로 취소가 진행되었고, 실제 취소 접수가 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보이지 않는 확신을 팔아라』를 읽으며 그 불쾌함의 정체를 조금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서비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제품은 사기 전에 만져 보고 맛볼 수 있지만, 서비스는 먼저 결제하고 나서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니 고객이 사는 것은 서비스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을 사는 것이다.


그 업체는 결제하기 전까지 분명 그 확신을 팔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순간, 스스로 그 확신을 무너뜨렸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그다음에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제안해도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벡위드는 고객 만족을 ‘기대하는 것과 얻는 것 사이의 간격’으로 설명한다.

기대가 먼저 부풀려지면 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실망으로 바뀐다.

그래서 “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말도 그 순간에는 결정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보다 또 다른 기대를 부풀리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확신을 주지 못한 서비스는 신뢰도 함께 잃는다.


서비스에서는 지각이 현실이다.

고객의 눈에 비친 모습이 곧 그 서비스의 실제다.

깨끗한 사무실, 정중한 응대 같은 작은 디테일이 신뢰를 만들고,

환불 과정에서 나온 거짓말 하나가 그동안 쌓아온 서비스의 가치까지 깎아내린다.

서비스는 첫 접점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순간이 마케팅이다.


바카라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은 문장이 세 개 있었다.

서비스에 들어간 시간이 아니라, 그 수준에 도달하는 데 들인 노력을 청구하라.


저자는 가격을 품질의 신호로 설명한다.

값이 싸면 싸게 보이고, 비싸면 비싸게 보인다.

가격을 맞추는 일은 나사를 조이는 것과 같아서 약간의 저항이 오히려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격을 낮춰 남과 경쟁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전문성을 쌓았느냐는 것이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격을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이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말은 이것이다.

한 번 들어봤어요.


이 얘기는 의외로 아주 강력한 자산이다.

잠재 고객이 서비스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그 이름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고객의 머릿속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타민이 아니라 진통제를 팔아라.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을 팔아야 한다.

아프리카에서 신발을 팔고 남극에서 냉장고를 판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곳에서는 신발과 냉장고가 비타민이 아니라 진통제일 것이다.


가장 큰 경쟁자는 경쟁사가 아니라 잠재 고객의 무관심이다.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있으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 꼭 필요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누구나 이렇게 한다.
원래 이렇다.
예전에 해봤잖아.


우리는 익숙함이라는 닻에 묶여 살아간다. 저자는 이 앵커링 효과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가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닻 하나쯤은 과감하게 끊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가지고만 있으면 썩는다.

암탉처럼 몇 달이고 알을 품고 있지 말자.

완벽한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계획을 완벽하게 만든 뒤 행동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일지도 모른다.

계획하고, 실행하고, 고친다.

‘실행력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이민규 교수의 『실행이 답이다』도 떠올랐다.


이 바카라은 마케팅이 마케팅 부서만의 일이라는 생각도 깨뜨린다.

마케팅은 회사 전체의 태도다.

서비스를 가장 빠르고, 싸고, 잘 마케팅하는 방법은 결국 사람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판 이후의 고객 관리도 중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서비스는 구매한 뒤에도 그것이 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줄 물건이 없다.

그래서 제공자가 먼저 감사를 전하고, 여전히 곁에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계속 연락하지 않으면 고객의 마음에서 사라진다.

남보다 더 나아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고객을 존중하는 것이 먼저다.


내 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역시 결국 고객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잠재 고객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관대함, 곧 그들에게 시간과 노력을 베푸는 것이다.

미국 최초로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 두 곳을 운영하는 토머스 켈러가 자신의 서비스를 마케팅하는 데 몰두하지 않고, 오로지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이야기도 오래 남았다.


과장의 시대다.

무엇이든 더 크게 말하고, 더 좋게 포장하고, 더 화려하게 보여주려 한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은 결국 하나다.

신뢰다.

거품은 사라지고 신뢰만 남는다.

고객에게 내가 제공하는 성과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

그 확신의 바탕에 신뢰를 놓는 것.

신뢰를 얻은 고객과의 관계는 계속되고, 그 관계는 또 다른 소개로 이어진다.


바카라을 덮으며 우리 삶에서도 신뢰와 존중이 기본이라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 토대 위에 확신이 세워지고, 그 위에서 관계가 시작된다.


내가 환불한 것은 50만 원짜리 서비스가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서비스에 대한 나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장 먼저 팔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서비스가 아니다.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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