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와 겐지 『비에도 지지 않고』를 읽고
진짜 행복이란 무엇인가?
8월 어느 날, 롱블랙 기사를 읽었다.
요시나리 노부오 미디어 코스모스 초대 관장은 닥치는 대로 바카라을 읽다가 번개처럼 삶에 답을 주는 글을 하나 만났다고 했다.
그가 추천한 글은
미야자와 겐지가 쓴 시,
『비에도 지지 않고』였다.
궁금했다.
작가는 일본의 대표적 동화 작가로 농민들과 살며
농사, 과학, 음악을 가르친 작가다.
이 시는 그가 병상에서 남긴 시로, 생전에 발표되지 않고 사후 유품 수첩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도서관에 바카라을 예약해 놓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얇은 바카라을 받아 들었다.
표지 그림을 보는 순간, 풍경 하나가 마음속으로 훅 들어 왔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시인은 그렇게 말한다.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바람에 맞서서 정말 이길 수 있을까.
시인이 말하는 ‘지지 않는다’는 아마 바람을 이기는 일이 아닐 것이다.
바람이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
비가 내려도 다른 사람을 원망하지 않는 마음.
자신에게 조금 손해가 생겨도 내 잇속만 따지지 않는 마음.
시인은 그런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병상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 마음을 남겼다.
“온 세계가 행복하지 않으면 개인의 행복도 있을 수 없다.
온 세계가 행복해진다면 나는 어찌 되어도 좋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겠다."
자신이 쓴 시처럼 살다가 떠난 시인
어릴 때 큰집에 가면 여름에 마당 한쪽에 있던
우물에서 큰엄마가 펌프질을 하셨다.
철퍽철퍽.
물을 한 바가지 떠서 건네주시던 그 손.
그 물을 마시면 이상하게도 더위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맑고 깨끗하고 쨍한 맛이었다.
나는 그 맛이 이 시에서 느껴졌다.
화내지 않고,
조용히 웃으며,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는 삶.
말로 하면 참 간단한데 살아보면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 하고,
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고,
내가 가진 것을 드러내고 싶어지는 세상에서
아무것도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도 그렇다.
겉으로 드러나는 나는 조용히 웃고 있지만,
그 아래에서는 내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살핀다.
왜 화가 났을까.
기분이 왜 이렇게 찝찝할까.
별일 아닌 것 같은데 왜 마음이 불편할까.
빙산 아래 바다 깊숙한 곳에서 내 마음은 때때로 전쟁을 한다.
그래서 나는 시인이 말하는 강함이 궁금해졌다.
자신의 무기를 휘두르는 강함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힘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강함.
나 이거 잘해요.
나 이런 사람이에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세상에서 말들이 떠다닌다.
보이지 않는 먼지처럼.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괜찮은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시인의 마음 앞에서 한참 머물렀다.
더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혼자 잘 사는 사람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내가 가진 것을 자랑하기보다 필요한 곳에 내어놓는 사람.
손해를 보더라도 조금 웃을 수 있는 사람.
그러고 보니 ‘비에도 지지 않는다’는 말은
어쩌면 세상을 이기겠다는 말이 아니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나를 흔들어도
내 마음까지 세상에 내어 주지는 않겠다는 말.
바카라장을 덮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것 같았다.
시인은 저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앉아
그가 바라보았을 바다를 함께 바라보았다.
시의 원문을 옮겨 적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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