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다시 이 바카라을 읽는 이유

크게 꿈꾸자.
오늘을 우직하게 채우자.
작은 디테일까지 사랑하자.


2010년 3월 초판이 나왔던 바카라.

2011년, 한창 사업이 바빠 점심 먹을 시간도 없던 때 이 바카라을 읽었다.

그 시절 늘 시간에 쫓기고 있었고,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밀어붙이며

살고 있었다. 그때 이 바카라에서 가장 강하게 남았던 말은 ‘완벽’하게 일하라는 메시지였다.

일을 한다는 건 결국 영혼을 갈아 넣는 일이라고 받아들였고,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그 정도 각오는 당연하다고 믿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며칠씩 집에 못 들어간 날들도 있었다.


2021년 재출간 이후 최근 다시 이 바카라을 읽게 됐다.

얼마 전 교보문고에 가서 보니 여전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다시 『왜 일하는가』를 여전히 사람들이 찾고 있는 이유가 뭘까?

예전에는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느냐,

얼마나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보여주느냐가 경쟁력이었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해내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였다.

나 역시 그런 기준 안에서 일했고, 그렇게 버텼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는 일만 놓고 보면 AI가 인간보다 훨씬 더 잘하는 시대가 이미 왔다.

물론 여전히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하게 “더 열심히”만으로는 부족하다.

AI보다 어디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을지,

혹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어떤 차별화를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표범처럼 놀랍도록 기민한 움직임이 아니라,
소처럼 서툴지만 우직하게 한 가지 일에 매진한
시간과 노력이
그들의 능력뿐만 아니라 인격까지도 갈고닦아
훌륭한 인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 바카라이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대단한 성공의 비법이 아니다.

오히려 사소한 일에 기쁨을 느끼는 마음, 작은 것에 애정을 갖는 태도,

눈앞의 일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자세 같은 것들이다.

하루하루 내딛는 걸음은 굼뜨고 어설퍼 보이지만, 위대한 성과는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성공이 시작된다는 말은 단순하지만 오래 남는다.

결국 일은 한 번의 큰 결심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작은 태도의 축적 위에 세워진다는 뜻이다.


막연히 “이렇게 되고 싶다"라는 바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반드시 이루겠다는 의지와,

그것을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이 수반된 소망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날카롭다.

예전의 나는 이런 문장을 들으면 무조건 더 독하게 버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읽힌다.

꿈은 크게 가져도 좋지만, 결국 사람을 만드는 건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냈는지가 중요하다.

큰 목표와 오늘의 행동을 연결하는 힘, 그게 결국 시간을 이기는 사람의 태도일지도 모르겠다.


소소한 일에도 기쁨을 느끼고 감동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이다.

감동에서 샘솟는 에너지를 양식으로 삼아 더욱 열심히 일하는 자세야말로

기나긴 인생을 강인하게 살아가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세로로 내려오는 날실이 대담함이라면,
가로로 질러가는 씨실을 세심함이라 할 수 있다.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치닫는 두 요소를 교차시켜 만나게 하면
비로소 아름다운 천이 완성된다.
일을 할 때에도 대담함은 추진력을 주고,
세심함은 작은 것까지 챙기면서 실패를 막을 수 있게 해 준다.


이나모리는 대담함과 세심함이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때는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50명 직원들과 일하면서 나는 일단 앞으로 나가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람을, 조직을 무너뜨리는 건 늘 사소한 틈이었다.

큰 방향이 틀려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지만, 더 자주 문제를 만드는 건 반복되는 작은 실수였다.

디테일을 놓치는 습관, 잘하고 있겠지, 지금껏 잘해왔는데, 라고 생각한 순간들이었다.


잘못된 일은 지우개로 지울 수 없다.

'다시 고치면 되지' 라는 변명은 이나모리에게 통하지 않았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실수는 용인할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치명적 실패를 일으키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는 말이 예전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조금 덜 비장하게, 대신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

예전에는 일의 이유가 생존이었고, 성취였고, 바카라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건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이제는 거기에 한 가지가 더 붙는다.

일은 결국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어떤 태도로 일했는지가 결국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지를 결정한다는 것.

그래서 일의 의미를 묻는 일은 단지 직업의 이유를 묻는 게 아니라,

삶의 자세를 묻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지금 이 바카라이 다시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효율과 속도만으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 시대,

AI가 많은 것을 대신해 주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간다.

나는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쓰는가.

그리고 이 일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그래서인지 이번에 다시 읽은 『왜 일하는가』는 예전과 전혀 다른 바카라처럼 다가왔다.

바카라은 그 질문에 거창한 답을 주기보다,

결국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라고 말다.

처음 읽었을 때는 나를 더 몰아붙이게 만드는 바카라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내 마음의 방향을 다시 묻게 하는 바카라으로 읽혔다.


일을 왜 하는지, 나는 일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크게 꿈꾸되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갈 것,

대담하게 나아가되 디테일을 놓치지 않을 것,

그리고 일은 결국 성과만이 아니라 사람을 빚는 과정이라는 것.

같은 문장도 읽는 시기의 내가 달라지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도 잠시 멈추어,

나는 지금 왜 일하고 있는가

생각할 시간을 가져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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