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읽히는 글, AI에게 읽히는 글

AI 글쓰기와 검색최적화의 함정을 고민하며

by임록산

어느샌가 글쓰기에 AI를 활용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예전 글에서 이야기했듯, 저도 요즘은 쓴 글을 AI에게 부탁해서 검색최적화(SEO)를 한 번 거친 후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AI를 활용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느끼는 건, 아무래도 AI로 쓴 글은 왠지 티가 나더라는 것. 어떤 부분이 AI로 수정한 건지 콕 찝어내지는 못하지만, 읽다 보면 왠지 "오호라~ 요거 요거~ AI로 썼구나~" 싶은 느낌이 오더란 말입니다.

그런 글들은 아무래도 읽는 맛이 좀 떨어지는 편이지요. 그래서 요즘은 AI가 반드시 글을 잘 쓴다고 보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했는데요.


흥미롭게도,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이런 기사를 봤는데, 제목만 보고도 등골에 살짝 소름이 돋지 뭔가요.


https://www.economytribune.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03989


나와 비슷한 느낌을 다른 사람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이제는 글을 읽는 '독자로서의 정체성'마저 AI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동안 저는 우리의 글쓰기가 '사람'을 향해 있다는 걸 한 번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본질적 이유는 소통을 위해서이고, 슬롯적 동물로서 그만큼 인간적인 행위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AI로 글을 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라는 본질적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사람'에게 잘 읽히는 글을 만들기 위해 해왔던 노력들이, 사실은 AI에게 잘 읽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니! 내 소통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AI라니!


하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제가 열심히 쓴 글을 검색최적화가 되도록 AI에게 수정을 부탁하면, AI는 대체로 비슷한 형식의 결과물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제 글을 딱딱 나눠서 소제목을 붙이고, 조금 늘어진다 싶은 문장은 무자비하게 잘라내고, 번호를 붙여 목록으로 정리하고, 굳이 요약된 내용을 첨부해 줍니다. 그러면 저는 내 글이 내 글 같지 않아서 어색했지만 이런 스타일이 검색이 잘 되나보다 하고 넘어갔지요.


그런데 그런 것들이 결국 'AI가 읽기 좋은 형식'으로 다듬는 과정이나 다름 없었던 겁니다. 검색최적화라는 것은 검색 알고리즘에 잘 걸리게 한다는 뜻이고, 이것은 곧 AI가 쉽게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그 당연한 걸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기사를 보고 깨달았다니, 제 얕은 통찰력에 그냥 웃음이 나는군요.


AI가 읽기 쉬운 형식으로 글을 쓰는 게 나쁘냐? 그렇게 묻는다면 뭐, 사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다수의 인간은 내 글을 그대로 읽기보다 AI가 이해하고 요약해준 내용을 받아먹을 테니까요. 확실히 그 쪽이 효율적입니다. 애써 찾아볼 필요도, 힘들게 직접 정리할 필요도 없이 물어보면 바로바로 답이 나오니 얼마나 편리하냔 말입니다.


다만 뭔가 걱정되기는 합니다. 요약되고 정리된 정보는 지식을 빠르게 늘려주긴 하겠지만, 그 결과물을 얻어내기까지의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는 '통찰력'이라는 능력치는 만들어내기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싶어서요.


당장 요즘의 어린 친구들만 봐도, 짧은 영상 콘텐츠에 익숙하다 보니 앞뒤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분석이 많잖습니까. 그게 어디 어린 친구들만의 문제일까요. 다 큰 어른들도 생각하는 게 점점 귀찮아지는 게 사실 아닌가요.


반면에 그 속에서 또 다른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AI보다 인간의 감수성이 더 예민한지라, 인간이 읽기 편하고 공감되는 글이 분명 있으니까요. 아마도 그런 글은 아직 AI보다 우리 인간들이 훨씬 잘 쓸 겁니다.


문장이 다소 늘어지더라도 감성적 흐름이 있는 글, 일목요연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호흡을 가진 글. 어쩌면 검색에는 불리한 비효율적인 글. 어쩌면 이런 글들이 좀 더 각광받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혹은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 버거운 제가 그러기를 바라고 있는 걸 수도 있고요.


힘들게 고민하고 수정하며 한 글자씩 완성해가는 글쓰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글쓰기가 더 희소성 있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한 글자씩 직접, 아주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AI가 읽어주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우리가 직접 읽으면 되지요. 너무 낙관적인 생각일까요? 뭐 어때요, 그런 것까지가 글쓰기의 낭만이고 인간적인 매력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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