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를 너무 함축적으로 쓰지 말 것

바카라쓰기에서 '명확성'이 중요한 이유

by임록산

앞서 우리는 목차가 왜 중요한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목차는 읽는 사람에게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안내하는 지도와 같고, 쓰는 사람에게는 잘못된 쪽으로 가지 않게 돕는 설계도와 같다고 했지요. 요컨대 읽는 사람이든 쓰는 사람이든, 목차가 잘 구성되어 있어야 헤매지 않고 목적지까지 좀 더 수월하게 닿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목차는 멋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멋있는 것보다 중요한 건 누가 봐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하게 적히는 것이거든요. 다시 말해서, 목차를 펼쳐봤을 때 이 챕터에서는 대략 어떤 내용이 나오나보다 하고 짐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야심차게 주식 공부를 시작해 보겠다며 서점에 가서 관련 도서를 찾아보는 독자가 있습니다. 여러 권의 주식 바카라이 있는데 각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서 목차를 펼쳐 봅니다. A라는 바카라을 폈더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목차에 들어 있다고 합시다.


차트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
음봉․양봉 종류 구별하기
주의해야 할 차트 패턴들
실제로 투자에 적용해 보기


그리고 또 다른 B라는 바카라을 펴봅니다. 이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만 목차에 가득하다고 합시다.


멀고도 험한 주식 고수의 길
주식을 잘 하려면
차트가 당신을 속인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당신이 주식 초보라면 둘 중에 어떤 바카라을 고르게 될까요? 아마도 A라는 바카라을 고르지 않을까요? 목차만 살펴봐도 뭔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으니 말입니다. B의 경우는 대체 이 바카라이 뭘 다루려고 하는지 불분명해서 손이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목차를 짜는 경우가 실제로 있느냐고요? 궁금하시면 당장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가셔서 구석에 박혀 있는 바카라을 몇 권 뽑아 보시기 바랍니다. 당장 확연하게 비교가 되실 테니까요.


특히, 바카라을 준비하기 위한 설계도로서의 목차는 더욱 그렇습니다. 출판편집자로 일하다 보면 본인의 바카라을 출간하고 싶다며 출간기획안을 보내오시는 예비저자들의 이메일을 하루에 한두 통 이상은 꼭 받게 되는데요. 막상 출간기획안을 열어 보면 앞서 예를 들었던 것 같은 목차가 꽤 많습니다. 뭔가 멋지게 표현하고 싶으셨던 건지, 그럴듯하지만 난해한 은유로 구성된 목차 말입니다. 정작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담으려는 건지는 하나도 알 수 없고 말입니다.


목차만 봐도 멋짐이 흘러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편집자는 그런 목차가 담긴 출간기획안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어떤 내용인지를 알아야 출간 여부를 결정하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목차를 봤는데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면 당연히 그 기획안은 선택지에서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읽어야 할 기획안들이 잔뜩 쌓여있는데 말입니다.


나중에 바카라으로 만들어질 때 소제목들을 더 멋지게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예 빼버리는 것도 가능하고요. 그렇지만 그 이전의 과정, 그러니까 집필이나 편집하는 과정에서는 내용을 잘 드러내는 소제목을 잡으시기 바랍니다. 좋은 목차는 어디까지나 탄탄한 구성력에서 나오는 것이지, 멋들어진 어휘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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