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지루하지 않게 하려면

이성 vs 감성, 독자의 심리를 활용하는 법(3)

by임록산

'감성적 맥락'에서 독자의 심리를 고려하는 글쓰기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다고 해놓고 시간이 꽤 많이 지났지요. 죄송합니다. 변명을 하자면 그 사이에 컴퓨터에 문제가 생겨서 써놓은 글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행히 구석에 잘 숨겨놓은 과거 글을 꺼내서 복구하느라 시간이 걸렸네요.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하지만, 사실 어떤 이야기인지는 뻔합니다. 독자가 더욱 재미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사용하라는 뜻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방을 재미있게 해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준은 늘 같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가상의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대방이 어떤 기분을 느낄 것 같은지를 미리 생각해서 기승전결을 머릿속에 그리고, 재미있는 비유를 사용하고, 어느 정도는 약간 과장도 보태고, 그리고 앞에서 나왔던 반전의 묘미도 선사하는 것이지요.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김형중의 ‘그녀가 웃잖아’에 이런 가사가 있지요.


밤새도, 눈 빨개져도 난 좋았어
너를 웃게 해줄 생각에 들떠서
혹시 중간에 끊길까 봐
재미있는 얘길 달달 외고
준비한 게 탄로날까 연습도 했었지


비슷한 다른 노래도 있습니다. 장범준의 ‘노래방에서’라는 노래지요.


네가 좋아하는 노래를 알아내는 것은 필수
가성이 많이 들어가서 마이크 조절이
굉장히 조심스러웠었지

(중략)

그렇게 내가 노래를 부른 뒤
그녀의 반응을 상상하고
좀 더 잘 불러볼 걸 노래를 흥얼거렸네


네, 제가 하려는 말이 바로 이런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걸 생각하면서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보는 거지요. 다행히 글쓰기는 현장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여러 번 고쳐 써도 괜찮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으니까요.


나의 사랑하는 독자가 숫자나 데이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런 것은 뺍시다. 대신 쉽게 풀거나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나의 사랑하는 독자에게 자녀가 있다면 육아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해 봅시다. 집집마다 육아 방식은 다르겠지만 가장 큰 관심사인 것은 분명할 테니까요.


나의 사랑하는 독자에게 반전의 재미를 선물하고 싶다면 이야기를 신중하게 빌드업합시다. 나의 빌드업을 눈치채지 못하고 철석같이 믿도록 만들어놓은 뒤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을 짜릿하게 터뜨려줍시다. 빌드업을 할 때는 독자가 뭔가 의심스러워 하지 않도록 천연덕스러워야 하지만, 나중에 너무 억지스럽다고 생각하면 안 되니까 적당히 복선도 깔아둬야 합니다.


내 글에 따라 울고 웃고 진지해질 독자를 상상하니, 왠지 너무 신나지 않나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꽤나 정성이 필요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글쓰기도 정성을 다해야 멋지게 완성될 수 있는 법.


최선을 다해 글을 쓰려면 작가는 독자를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것을 넘어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진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정성스럽게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역시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는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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