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뇌를 편안하게 만드는 '이성적 맥락'

이성 vs 감성, 독자의 심리를 활용하는 법(2)

by임록산

지난 글에서, 이성적인 맥락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서 ‘독자를 헷갈리지 않게 하라’는 뜻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글쓰기의 기본: "독자를 헷갈리지 않게 하라"


아무리 감동적인 이야기라도 두서없이 전달하면 독자는 내용조차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가 아는 이야기라고 해서 마구잡이로 써 내려가는 순간, 글은 마치 술 취한 사람과의 대화처럼 산만해집니다.


글쓰기에서 감동과 재미는 나중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본은 독자가 내용을 헷갈리지 않고 쉽고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2. 인간의 뇌는 '규칙'에 편안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독자를 헷갈리지 않게 하는 것은 독자의 '심리'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인간의 뇌는 정보가 주어질 때 본능적으로 규칙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래의 내용을 보고 괄호 안에 들어갈 숫자가 뭔지 한 번 맞춰보세요.


1 – 3 – 5 – ( ) – 9 – 11 – 13 – ( )

1 – 1 – 2 – 3 – 5 – ( ) – 13 – 21 – ( )


제가 의도한 정답은 첫 번째 7과 15, 두 번째 8과 34입니다. 여러분도 정답을 찾으셨나요? 왜 그런지 따로 설명해 드리지 않았음에도 여러분의 뇌는 자연스럽게 규칙을 찾아내셨을 겁니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규칙을 찾고 그 흐름이 순조롭게 이어질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반대로 흐름에 어긋나는 정보가 갑자기 끼어들면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3. 독자의 예측을 깨뜨리는 잘못된 예문


글에서도 이 '규칙성'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아래 예문을 한번 읽어보세요. 마지막 빈 칸에, 여러분이라면 어떤 문장을 넣으시겠습니까?


커피의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원두의 품종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고, 가공 방식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으며, 원두 추출 방식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다. 품종을 기준으로 하면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 등이 대표적이다. 가공 방식을 기준으로 하면 워시드 방식과 내추럴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마지막에 이어질 문장은 어떤 것이 적당할까요? 여러 가지를 떠올리고 계시겠지만 아무래도 ‘원두 추출 방식에 따른 구분법’을 예상하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세 가지 구분법 중에서 이번에는 그게 나올 차례니까요. 그런데 만약 다음과 같이 쓴다면?


커피의 종류를 구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원두의 품종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고, 가공 방식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으며, 원두 추출 방식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다. 품종을 기준으로 하면 아라비카, 로부스타, 리베리카 등이 대표적이다. 가공 방식을 기준으로 하면 워시드 방식과 내추럴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__ 우리집 앞의 카페는 내추럴 방식의 원두를 고집한다고 한다. __


갑자기 이게 뭔 소린가 싶으시지요? 추출법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깜빡하고 건너뛰었나 싶어 다시 앞장을 살피셨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워시드 방식은 뭐고 내추럴 방식은 뭘까요? 슬슬 내용이 헷갈리기 시작하고, 모르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어렵기도 합니다. 당연히 재미를 느끼기도 어렵겠지요.


독자는 글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그 예상이 맞아떨어지면 훨씬 수월하게 그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지요. 그래서 독자가 다음에 무엇을 기대할지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자가 에스컬레이터를 탄 것처럼 수월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독자가 다음에 무엇을 기대할지 항상 생각하며 글을 써야 합니다.



4. '반전'과 '뜬금없는 산만함'을 착각하지 마세요


"예상을 뒤집는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지 않나요?"라고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전과 뜬금없는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성적 맥락 (정보 전달): 독자를 헷갈리지 않게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설득하는 과정

감성적 맥락 (재미와 반전): 체계적인 흐름을 유지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방향을 뒤집는 기술


진정한 반전은 독자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따라오게 만든 뒤(이성적 맥락), 결정적 순간에 흐름을 뒤집어야 완성됩니다. 논리적 흐름이 없는 글에 아무 이야기나 가져다 붙이는 것은 반전이 아니라 그냥 '산만한 글'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감성적 맥락에서는 독자의 심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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