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같은 글쓰기를 하라

가상의 독자와 대화하듯 글쓰기의 장점 ①

by임록산

지난 글에서는 가상의 독자와 대화하듯이 글을 쓰면 크게 두 가지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요. 첫 번째 효과는 바로 독자의 눈높이를 자연스럽게 맞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글쓰기에 몰입하다 보면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나만 아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다 보니 상대방은 미처 모를 수도 있는 세세한 부분을 건너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야기의 앞뒤 맥락도 그렇지만, 특히 뭔가를 설명해야 하는 실용적 글쓰기에서 그렇습니다.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상상하며 글을 쓰다 보면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을까?’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거든요.


참고로, 글을 쓸 때의 지식 수준은 중학교 2학년에 맞추는 게 적당합니다. 글에 담긴 지식의 수준이 아니라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언론사에서 수습기자들에게 기사작성법을 교육할 때도 신문기사는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방송기사는 초등학교 5학년 수준에 맞추라고 알려주곤 합니다.


나의 타깃 독자는 성인인데 왜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맞추라고 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되시나요? 독자의 수준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아무리 똑똑하고 아는 것 많은 사람도 본능적으로 쉽고 편안한 걸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입구까지 올라가는 길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에스컬레이터, 또 하나는 계단. 가끔 건강을 생각하는 분은 일부러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에스컬레이터를 선택합니다.


왜 그럴까요? 몸이 불편한 상황도 아니면서 계단을 회피하고 에스컬레이터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것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는 것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글을 읽을 수 있고 꽤 어려운 수준의 지식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힘들고 어려운 글보다는 쉽고 편한 글을 좋아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힘들게 노력해서 이해해야 하는 글은 읽기를 포기해 버릴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쉬운 단어로 술술 잘 읽히는 글이 있다면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편안하게 위층으로 올라가듯이 스르륵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깃 독자가 성인이라고 해도 어휘의 수준은 중학교 2학년에 맞추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불가피하게 어려운 어휘를 써야 한다면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이 좋고요. 공부를 엄청 많이 해서 석박사까지 마친 교수님들이라고 해도 어려운 글 읽는 걸 싫어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두 번째 효과는 독자의 심리를 이해하기 편하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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