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첫날

초등학생 국제학교 적응기

by제시카

드디어 예진이가 학교에 등교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 1학기를 마무리하고 여름방학식까지 끝낸 뒤 발리로 왔다. 발리는 학기가 7월 중순에 시작되기 때문에 이미 방학이 끝나고 수업이 2주 정도 지난 뒤였다. 덕분에 첫날이라고 해서 어수선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첫날이라 예진이와 함께 학교로 갔다. 선생님이 교실까지 직접 데려다주셨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도 많이 긴장했을 텐데 다행히 교실에 한국 아이들이 두 명 있었다고 한다.

발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라고 했다.

“두 명 다?”

“응. 발리에서 태어나서 계속 여기서 살았대.”

보통 국제학교라면 한 반에 한국 아이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25명 중에 7~8명 정도는 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학교는 정말 비율이 적었다. 한 반에 두 명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발리 자체가 외국인 비율이 아주 높은 곳은 아니고, 한인들이 몰려 사는 동네도 아니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예진이의 첫날 학교 후기는 아주 강렬했다.

“엄마, 여기 학교 맞아?”

“왜?”

“애들이 수업 시간에 막 돌아다니고 떠들어도 선생님이 안 혼내. 너무 자유로워.”

한국에서는 종이 치면 딱 자리에 앉고, 떠들면 안 되고, 선생님 말씀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아이들이 움직이고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학교 같지 않았다고 했다.

국제학교는 참여 중심 수업이라고 한다. 학생들이 손을 들고 발표하거나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많다. 선생님이 앞에서 강의만 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적고, 그룹 프로젝트나 체험 활동이 훨씬 많다.

특히 4~5명씩 팀을 만들어 토의하는 수업이 자주 있었다.

아직은 예진이가 영어를 자유롭게 말하지 못하다 보니 친구들이 “편하게 있어” 하면서 아무것도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말 하는지는 다 알아들었어?”

“응. 다 들려. 근데 말을 못 하겠어.”

그래서 그냥 못하는 척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한다.

들리기는 하지만 말이 안 나오는 그 답답한 시기.

아마 3개월에서 6개월쯤 지나면 수다쟁이가 되어 있을 것 같았다.

보통 귀가 열리는 데도 몇 개월이 걸린다고 하는데, 예진이는 생각보다 영어가 잘 들리는 편이었다. 어릴 때 미국령 작은 섬에서 잠시 살았던 경험이 도움이 되기는 하나 보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영어 유치원까지 보냈다면 훨씬 더 적응이 쉬웠을까.

국제학교를 목표로 한다면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예진이가 아예 못 알아들어서 멍하게 앉아 있는 건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고, 그래서 학교에서 크게 답답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친구들도 금방 사귀었다.

등교 이틀 만에 친구가 생겼다.

역시 파워 E는 다르다.

한국에서 친구들에게 주려고 공기놀이를 몇 개 사서 가져갔는데, 첫날 나누어 줬더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엄마, 애들이 이거 보더니 오징어게임! 오징어게임! 이랬어.”

오징어게임을 보지도 못하는 나이일 텐데, 다들 그걸 어떻게 아는 걸까.

역시 전 세계가 다 아는 한국 콘텐츠인가 보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영어 한마디 못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렇게 친구를 만들고 학교 이야기를 신나게 쏟아내는 모습을 보니 괜히 안심이 됐다.

물론 아직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울면서 오기 싫다고 하는 날도 있을 거고, 못 알아들어서 속상한 날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래도 첫날이 괜찮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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