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국제학교 적응기
아침에 일어나서 밥 하는 걸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한국에서는 예진이 아침으로 시리얼이나 요구르트, 과일 정도만 간단히 챙겨주고 학교를 보냈다. 솔직히 아침부터 밥을 차리는 엄마는 아니었다. 그래도 학교 급식이 너무 잘 나와서 아이도 크게 불만이 없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 와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예진이 아침밥을 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싼다. 그리고 7시가 되면 학교에 데려다준다. 잠은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에 잔다. 어제는 저녁 8시 반에 잠들었다. 완벽한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문제는 나는 원래 저녁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7시 반쯤 일어나도 충분했다. 학교가 길만 건너면 바로 있는 초세권이었고, 8시 반이면 예진이가 혼자 걸어서 학교에 갔다. 요즘은 그 초세권이 너무 그립다. 잠 많은 내가 새벽에 일어나 아침밥을 하고 도시락을 싸고 있다니. 살기 위해 결국 선택한 건 ‘일찍 자기’였다. 8시 반이면 무조건 잔다. 아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같이 일찍 잔다. 한국에서의 삶과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생각보다 사람은 빠르게 적응한다.
8월 17일은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이다. 우리나라가 1945년 8월 15일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처럼, 인도네시아도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 이후 독립을 선언했다. 그래서인지 독립기념일이 비슷한 시기에 있다. 예진이에게도 말했다. “오늘은 한국의 광복절 같은 날이야. 인도네시아도 우리랑 비슷한 역사를 가진 나라야.”
학교에서도 독립기념일 행사가 있었다. 아침 8시까지 학교 근처 공원 같은 곳으로 모였다. 드레스코드도 있었다. Red & White, 혹은 인도네시아 전통의상이었다. 학년별로 출석 체크를 하고 비닐장갑을 낀 뒤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교까지 약 20분 정도를 걸어가면서 계속 쓰레기를 주웠다. 가는 길에는 다 같이 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다. 독립기념일 행사라고 해서 운동회 같은 걸 생각했는데, 갑자기 공원 청소부터 시작이라니.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꽤 인도네시아스럽다는 느낌도 들었다.
학교에 도착한 뒤에는 간식을 먹고 여러 가지 행사가 이어졌다. 게임도 하고, 물건도 팔고, 먹거리도 팔았다. 원래는 학부모를 초대하는 날이 아니었는데도 공원에서부터 자연스럽게 같이 쓰레기를 줍고 학교까지 함께 걸어가다 보니 나도 어느새 행사에 끼어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돌아다니면서 인도네시아의 독립기념일 학교 행사를 구경하게 됐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줄다리기였다. 6학년과 4학년의 대결. 당연히 6학년이 이겼다. 체격 차이부터가 다른데 왜 굳이 붙이는지 모르겠다. 이건 시작하기 전부터 결과가 정해진 게임 아닌가. 그런데도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 보였다. 누구도 “이건 unfair해요”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다 같이 웃고, 소리 지르고, 넘어지고, 또 웃었다.
나는 여전히 이 어수선한 분위기가 완벽히 이해되지는 않는다. 체계가 없어 보이고, 너무 자유롭고, 너무 즉흥적이다. 한국 같으면 분명 누군가 진행표를 들고 통제하고 있을 텐데 여기서는 그런 느낌이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쨌든 행사는 흘러간다. 너무 자유롭고, 너무 자유로워서 아직도 적응은 안 된다. 하지만 또 그래서, 여기가 인도네시아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