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2026 베를린은 망하고 있다, 외노자 디자이너의 생존기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1 (ft. 2026년 베를린은 망하고 있다, 외노자 디자이너의 생존기)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2 (ft. 회사와의 협상 그리고 독일에서 실업급여 타기)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3 (ft. 백수지만 괜찮아, 다시 취업시장으로)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4 (ft. 2026년 베를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_
30대에 막 발을 디디려는 그 언젠가쯤, 계획 없이 시작된 나의 독일살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전 영국에서 2년을 보내긴 했지만, 학생이었고, 학교와 학생이라는 신분 아래 그저 나라를 즐기고, 여행했을 뿐- 그 나라의 슬롯제도, 세금제도, 기타 등등 그 나라에서 진짜 '산다'는 것에 대한 무게를 느낄 순 없었다.
계획 없이 시작된 독일살이는 달랐다.
나이가 먹을 만큼 먹고 시작된 베를린 살이는, 언어를 1도 몰랐던 나에게는 유아기부터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이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배우고-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 나라의 슬롯제도, 세금제도, 연금제도 등 정말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외노자'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프리랜서로, 그러다가 디자이너로써 일하며 옮긴 3개의 온라인 게임.
마지막 회사는 꽤 괜찮았다. 제법 큰 기업이었고, 그럼에도 테크팀은 회사규모에 비해 크지 않았기에 친구처럼 다들 가까이 지냈고, 일도 재미있었고- 골치 아픈 일들도 있었지만 많은 것들이 즐거운 곳이었다.
회사를 정말 그만두고 싶은 몇 가지 큰 이유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옮기고 싶지 않은 이유도 명확했다.
첫째는, 회사가 글로벌하다 보니 가까이 일하는 팀원들이 아시아에도 많아 한국 방문 시 한국에서 한국 시간으로 근무가 가능했다. 이전 회사들도 한국에서 근무가 가능은 했지만, 대부분 독일 시간에 맞춰 근무해야 했기 때문에 자정을 넘긴 시간에 눈을 비벼가며 회의에 참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점이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였다.
두 번째는, 디자인팀의 시작을 내가 했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키워나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짜인 틀에 일하는 것보다는 내가 디자인팀의 구석구석 하나하나 키워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너무 좋았다. 그만두고 싶은 이유도 사람 때문이었지만, 옮기고 싶지 않은 이유 역시 사람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자주 만나고, 떨어져 있어도 서로 안부를 묻는- 매일매일 함께 일하는 사이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회사를 옮길까도 고민해 보았지만, 그래도 이만한 회사가 없다며 게으르게 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작년부터 회사에서는 재정상의 이유로 독일 내에 테크팀을 닫고 아시아로 옮길 거라는 소문이 있었다.
초반에는 회사 자체가 유럽에서 시작된 법인이라 꽤 많은 인원들의 직원들이 유럽에 분포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전 세계 다른 회사들을 인수하고, 그 과정에서 점점 다른 나라에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성장한 회사이다. 테크팀도 마찬가지였다. 초반에는 대부분의 테크 직원이 독일 혹은 유럽 내에 있었다. 그러다가 아시아 시장이 커지면서 아시아에도 테크팀이 크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독일이 회사 내 테크 허브였고, 중심이었다.
하지만 기존 이 회사를 10년 이상 다닌 친구들 왈, 테크팀을 아시아로 옮기는다는 소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항상 들려왔고, 심지어 몇 년 전 시도도 해보았지만 실패했다고 걱정 말라며...
그러다가 포스트 코로나와 그룹 내 한 계열사를 매각한 후, 매출이 급격히 떨어지며 회사가 재정난 아닌 재정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몇몇 코어 포지션이 아닌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야만 했고, 정말 뛰어나지 않다면 프로베이션 (수습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정직원대신 계약직의 외부 인력을 들이기 시작했고, 정직원을 꼭 뽑아야 할 경우 유럽이 아닌 아시아 테크팀이 있는 지역에서 채용을 하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이때가 바로 1차 레드 플래그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