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끝,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2

ft.회사와의 협상 그리고 독일에서 실업급여 타기

by지구외계인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1 (ft. 2026년 베를린은 망하고 있다, 외노자 디자이너의 생존기)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2 (ft. 회사와의 협상 그리고 독일에서 실업급여 타기)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3 (ft. 백수지만 괜찮아, 다시 취업시장으로)

30대의 끝, 나는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 part.4 (ft. 2026년 베를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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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이번 포스트는 회사와의 계약종료 협상 및 실업급여에 대한 상당한 정보와 내용을 담고 있어 상당히 길다.



CTO의 선포 이후, 다들 멘붕 아닌 멘붕 상태에 빠졌다. 다들 이런 날이 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뜬금없는 타이밍에 일이 일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 다들 대략 내년이나 후년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만 했을 뿐, 막상 이런 일이 닥치니- 모르고 뒤통수 맞은 쇼크상태까진 아니지만 다들 적잖이 충격 아닌 충격.


지금 생각해 보면 나만 무덤덤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해방감도 있었다.


물론 이는 나에게도 예상밖의 타이밍이었기에 벙찌긴했지만, 지난해부터 고질적인 몇 가지 문제들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으나 현실적으로 이보다 나은 회사를 찾기란 쉽지 않았기에 (이전 포스트에 적었던 나에게만 좋은 몇 가지 이유들) - 마치 권태가 오고도 남아, 누가 봐도 헤어지는 게 이상할 게 없는 남자친구와 꼭 헤어질만한 명확한 이유가 없어 헤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 그렇게 내손으로 끊어내지 못한 썩어가고 있던 줄을 회사가 시원하게 잘라준 기분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아무리 내 개인적인 퍼포먼스의 문제가 아닌, 오피스 전체가 없어지는 것이라 해도 회사에서 소위 잘린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내 나라에서도 겪어보지 않았던 일을, 이 멀리 타국에서...


나의 멘붕의 의미는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 이제 뭘 해야 하지?


이건 '일'을 뭘 해야지가 아닌 '조치'와 '권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독일이라는 나라에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나는 지금부터 어떤 수순을 밟아야 하고, 나에게는 어떤 권리가 있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다른 의미로 멘붕에 빠진 나는 CTO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image.png?type=w1(c) Freepik




독일에서 백수가 된 그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독일인 외노자 구분 없이 독일에서 백수가 되었다면, 그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Agentur für Arbeit에 본인을 Arbeitsuchend(구직자)로 등록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등록가능)


이를 무려 빨간색으로 하이라이트 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해고 사실을 오늘 알았다면 알게 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구직자로서 본인을 등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은 관공서 일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물론 이것도 케바케인지라 어떤 담당자는 무지하게 빠르기도, 어떤 담당자는 아주 느리기도 하다. 그렇기에 본인 상황에 변화가 생겼을 시 바로바로 취해야 하는 조치를 정확히 파악해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고, 전화로도 할 수 있는데- 온라인으로 할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독일어를 못한다면 더더욱이!


해고 혹은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경우 대체로 해야 할 일과 단계는 3가지이다.

1. 구직자로 등록하기

2. 실업자로 등록하기

3. 실업급여 신청하기


1번과 2번이 뭔 차이겠냐 싶다마는, 한마디로 구직자로 등록은 본인이 곧 구직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에서 바로 등록해야 하며, 실업자로 등록은 본인을 실직자 즉 직업이 없는 사람으로 등록을 하여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다.


아래에는 각 단계별 등록 혹은 신청가능한 시점과 등록가능한 링크이다. 각 페이지에 관련 정보가 자세히 적혀있다. 참고로 모두 독일어로 적혀있고 (나는 독일어 까막눈이다), 웹 브라우저에서 번역기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1. 구직자로 등록하기 - 통보받은 지 3일 이내 (혹은 늦어도 계약종료 3개월 전까지) | 등록하는 곳 및 정보

2. 실업자로 등록하기 - 실업시작일의 3개월 전부터 등록 가능 | 등록하는 곳 및 정보

3. 실업급여 신청하기 - 실업자로 등록 후 바로 신청 가능 | 신청하는 곳 및 정보


나는 모든 절차를 가능한 가장 빠른 날짜에 등록하고 신청하기를 추천한다. Agentur für Arbeit (줄여서 AFA)는 대부분의 경우 일처리가 내 경험으로는 빨랐지만, 같은 베를린에서도 지역이나 담당자에 따라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어서 가능한 날짜 중 가장 빠르게 진행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본인 손해이고, 실업급여에 손해를 보거나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실업급여 신청의 경우 재정적 불이익을 피하려면 늦어도 실업수당 지급 가능한 첫날 전에 반드시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등록과정과 신청과정은 나는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며 따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각 페이지마다 번역기로 웹페이지 변환이 가능하고, 이해가 정확하게 가지 않는 부분은 부분별로 챗지피티나 구글링 하여 정확히 이해하고 정보를 기입하거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런 행정 절차는 대부분 비슷하여 누군가의 블로그를 보고 따라 한다면 쉬울 수도 있겠지만, 정바카라이나 절차 변화에 따라 자주 바뀌기도 하여 - 누군가가 3개월 전에 등록한 절차를 일일이 캡처하여 따라 하기 쉽게 올렸다고 해도 그것이 오늘의 나의 케이스와 같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이런 등록이나 절차는 중요한 부분이고, 실수가 없어야 하며- 무엇보다 나의 일이다. 단계 단계 정확하게 어떤 정보를 기입하여야 하고, 나에게 어떤 이익/불이익이 있을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보고, 이해한 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는 독일어를 못하거나 독일 행정 시스템을 잘 모른다면 이러한 것들을 혼자 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지만, 요즘은 번역기도 너무 잘되어있고 무엇보다 AI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물론 AI에 민감한 개인정보를 올리는 것은 금물!)


상대적으로 구직자/실업자로 등록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관련 내용과 회사에서 받은 계약해지 통지서 Kündigungsschreiben 즉, 해고 사유가 적힌 문서 그리고 상황에 따라 계약해지 합의서 등 근거를 들만한 서류만 첨부한다면 등록이 가능하다.


실업급여에 대한 부분은 아래에 더 자세히 후술 하겠다.





백수가 된 외노자의 체크리스트


위와 같은 행정 절차 외에 꼭 따져보거나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나에게는 처음 닥친 일이었지만, 그동안 주변 친구들에게 종종 생겨왔던 일인지라- 그동안 '들어서' 쌓인 데이터가 꽤 되었다. '백수'가 되면서 남녀노소 상관없이 따져봐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독일인이 아닌 외국인이 독일에서 해고당했을 때 고려해야 하는 필수요소 두 가지 :



비자 그리고 경제력



첫 번째는 무조건 비자, 즉 거주허가.

이곳에서 우리는 모두가 '외국인'이다. 물론 독일인이나 유럽인의 경우 비자는 해당사항이 없다. 비유럽권 사람들도 '영주권'을 받았거나 '시민권'을 딴 상황이라면 역시 해당사항 없다. 그러나 대부분 독일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 '외국인'의 신분이라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은 '비자'이다.


영주권이나 시민권이 아닌 이상, '취업 비자'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 본인의 남은 비자 기간과는 상관없이 회사와의 계약이 공식적으로 종료되는 시점부터 더 이상 비자는 효력이 없다. 이 부분이 주변 친구들이 가장 헷갈려했던 부분이다.


회사와의 고용관계는 종료되었지만, 본인 비자는 종속비자도 아니고 아직 비자 기간이 남아있으니 독일에 있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정답은 아니다. 취업비자는 회사와 일을 하는 목적으로 발급된 비자이고, 회사에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경우, 이를 바로 2주 이내에 이민청에 알려야 한다. 보통 회사에서 해고를 하는 경우 해지 계약서나 합의서 등을 주고 서로 합의된 후 싸인을 한다. 한마디로 본인의 해고를 뒷받침할 수 있는 서류를 첨부하여 이민청에 신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본인의 상황과 조건에 따라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구할 수 있는 임시비자 개념의 기간이 주어진다. 주어진 기간에 일자리를 찾기 못하는 경우 연장이 가능하다고도 하는데, 내 주변을 보면 대부분 본인이 독일에 정말 남고자 한다면 사실상 대부분 주어진 기간 안에 새온라인 게임을 구해서 들어갔다. 물론 주어진 기간 내에 본인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운 온라인 게임을 구하냐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이전 온라인 게임 때문에 독일로 이사 온 지 이제 1년 남짓된 동료들은 영주권도 없고, 아직 독일 생활이나 독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본인 일 때문에 가족 전체가 이민을 온 경의 동료들은 더욱 난감해했다. 실업 후 해야 하는 서류 작업 등을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구직도 바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은 바로 경제력.

보통 회사에서 해고를 하면 내 계약상의 노티스 피리어드만큼 가든리브를 준다. (*노티스 피리어드는 쌍방 간의 해직 통보기간을 말하는 것이고, 가든리브는 해고통보를 받고 공식적으로 회사와의 계약이 종료될 때까지 서류상 아직 회사 소속이고, 월급을 주지만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기간을 말한다.)


이 가든리브 기간이나 추후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내에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찾으면 베스트이겠지만,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모두가 실업급여로 생활이 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본인의 경제적인 부분을 살펴보아야 한다. 실업급여는 보통 받던 급여의 최소 60% (자녀가 있다면 67%), 본인의 급여가 얼마나 높든 간에 최고 금액은 한 달 €2.420 (자녀가 있다면 €2.940)가 맥시멈이다.


나의 경우 가든리브 기간이 있었고, 퇴직금도 회사에서 근속근무 연수만큼 계산해 주었고, 그 후에도 실업급여로도 생활이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경제적인 부담은 없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던가, 모아둔 돈을 써야 한다거나 등등) 물론 매달 저축을 할 수 있는 상황까진 아니었지만, 내가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도 아니고, 다행히 집세도 저렴한 편이라서 충분이 생활이 가능한 정도였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본인이 학자금 대출 혹은 모기지 등 - 즉 주기적으로 나가는 큰 고정지출이 있는 경우, 혹은 본인 혼자 경제활동을 하여 가족을 부양하는 경우를 가진 동료나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실업급여 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또 다른 경우는 - 이전 포스트에서 말했던 것처럼 - 나의 첫 번째 온라인 게임 친구들처럼 회사에서 월급이 지급되지 않고, 가든리브나 퇴직금도 없고, 본인이 회사를 그만둔 경우이기에 본인의 상황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실업급여도 나오지 않는- 한마디로 본인이 지금까지 모아둔 비상금을 축내며 생활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린 친구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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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특기는 맨 땅에 헤딩. 현재 베를린에서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로 밥 값하며, 비주얼 아티스트로 꿈을 먹으며 살아가는 중. IG: @theearths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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