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by여름


안녕.

여전히 헤매고 방황하는 삶을 살고 있는 나야.


언젠가 적었던 인생 계획표에 지금 내 나이라면 번듯한 온라인 게임에 남편과 자식이 있는데 현실은 그와는 조금 먼 거 같네.


근데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그 나름대로 재밌다는 건 이미 숱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잖아? 그래도 온라인 게임 다니면서 막연히 대학원을 가고 싶다는 꿈을 이뤘고, 얼마 전에는 버킷리스트에 있던 부다페스트 야경도 보고 왔어.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무엇이 달라지냐고들 하지만 인생이 힘들 때마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쓰는 나라에 가서 한숨 돌리고 오면 뇌 한편에 꽤나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서 '리프레시'가 되더라고. 항상 일 욕심이 많아 이왕 할 거 제대로 하려고 하다 보니 실수 하나, 오탈자에도 냉철하게 보게 되지. 근데 그건 기본 아닌가?라는 생각은 여전히 있긴 해.


어쨌든 그 압박감이 더해갈수록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게 느껴지더라. 몇 달 전 팀장에게 "저는 요즘 강박증이 더 심해지는 거 같아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으니 본인은 아니라고 하더라. 그야 본인이 해야 할 몫까지 팀원이 하고 있으니까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달라질 건 없어서 그냥 눈을 질끈 감았지.


세상엔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어른은 거의 없는 거 같아. 그들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다짐해.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물론 내가 100% 잘하고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최소한 문득문득 블랙리스트에 올려둔 사람들과 나를 대조해 보곤 해.


스무 살 때는 계속해서 더 좋은 환경을 갈망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지금도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요즘은 내가 평생 이 일을 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주를 이뤄. 그렇게 암흑 같던 취업 준비 기간을 거치고 보니 어디든 자리는 있는데 문제는 내가 그 삶이 마음에 드는지, 지속가능한지더라고.



몇 년 뒤의 내가 이 글을 보면 귀엽네 할 수 있게 또 하루하루를 차곡차곡 쌓아가 볼까 해. 그래도 네가 고민하던 대부분은 지금 해결이 되었거나 문제조차 되지 않았어. 치열하게 고민하고 주변을 챙기며 건강하게 나아가자.


2026년도 100일이 남지 않았다는 글을 봤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긴 어렵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게 도움이 되거나, 내 시야가 넓어지는, 적어도 내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해. 조만간 또 편지할게. 그때까지 여러 번 넘어질 테지만 덜 다치길 바라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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