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지웠다

by이곰

나는 평소에 SNS를 하지 않았다. 내가 사는 일상에서 SNS가 없다고 해서 특별히 불편을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호기심이나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에 안테나를 세우는 편이라 새로운 것들은 한 번쯤 경험해 보곤 하지만, SNS에는 마음이 가지 않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팀원들이 각종 SNS 계정을 만들고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좋아요'를 날리는 풍경을 흔히 보았다. 사장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회사 생활이 편해지고 승진에도 유리하니 그들의 행동이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이다.


회사 다닐 때도 안 하던 SNS를, 퇴직하고 나서 엉뚱한 이유로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주는데, 내가 인스타그램 계정이 없어서 파일을 받을 수가 없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저는 원래 SNS 안 해요"라며 버텨보았다. 하지만 고생해서 영상을 찍어주는 사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언제까지 내 고집만 부릴 수도 없어서 "이 참에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구경이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가입 버튼을 눌렀다.


처음 체육관에서 받은 영상을 확인했을 때는 신기했다. '아, 이렇게 영상을 주고받는구나.'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피드에 뜨는 알고리즘의 바다에 자연스럽게 발을 담그게 되었다. 처음엔 귀여운 아이들 영상이나 소소한 유머를 보며 '이래서 다들 보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 신기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카들의 말을 빌리면, SNS를 하지 않으면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는데 불편하다고 했다. 그런데 타인이 수백 장의 사진 중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만 고르고 또 골라서 올린 사진을 보면서, 젊은이들은 자신의 평범하고 때로는 초라한 하루를 견주며 괴로워한다. 행복할 리가 없다. 어쩌면 별문제 없는 평온한 일상인데 남의 사진을 보며 없는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사람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지옥을 만난다.


실제로 신문 기사를 보니, SNS와 행복의 관계는 뜨거운 감자였다. 하루에 SNS를 몇 시간씩 끼고 사는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현저히 낮았고 다들 하니까 억지로 하지만, 속으로는 아예 플랫폼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도 눈에 띄었다. SNS 이용을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삶의 만족도가 훌쩍 높아진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나는 체육관 영상을 못 받는 미안함을 무릅쓰고 인스타그램 앱을 지웠다. 스마트폰에 앱이 깔려 있는 한, 보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처음 1~2주는 어색해서 앱을 다시 깔았다 지우기를 반복했는데 그 시기가 지나니 거짓말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안 한다고 내 일상에 불이익이 생기는 일은 없었다. 인스타그램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필수적인 정보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랜선 속 인물들이 사라지고 나니 일상은 오히려 더 고요하고 편안해졌다.


이건 비단 퇴직한 50대 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지우면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라며 불안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딱 일주일만이라도 눈을 감고 살아보길 권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보지 않아도 되는 정보를 못 봐서 좋았고, 보지 않는 게 더 나은 정보를 보지 않아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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