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전 온라인 게임 동료들을 만났다. 반가운 사람도 있었지만,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오는 연락을 이런저런 핑계로 계속 피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나간 자리였다.
그런데 만나자마자 내가 알지 못하는 회사 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길게 이뤄졌다.
이제 다니지 않는 온라인 게임 소식을 이렇게 길게 들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전 온라인 게임 동료와의 만남에 회사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소재이니 처음에는 흥미롭게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길어지니 슬슬 졸리기 시작했다. 점점 진공상태에 빠져드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이걸 왜 들어야 하지?’
그런데 갑자기 한 친구가 말한다.
“계속 다닐 수 있는 회사를 퇴직한 건 그 사람이 문제 있는 거 아니야?”
내가 듣지 못했던 이야기 중에 다른 사람 퇴직 이야기가 있었던 건지 알 수 없지만
이미 퇴직한 사람을 불러놓고 이건 무슨 짓이지 싶었다.
그 사람은 타인에게 꾸준히 무례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새롭지는 않았지만 퇴직하고서 비슷한 종류의 감정을 다시 느낄 줄 몰랐다.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있는 식물을 살피던 중 한 달 전에 가지치기한 떡갈고무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아기 묘목을 사서 키웠는데 갑자기 30센티미터 크기의 잎이 여러 개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부채처럼 큰 잎사귀를 보며 신기했지만, 그런 잎사귀가 너무 여러 개 나오니 난감했다.
줄기는 유치원생인데 잎사귀 크기는 청소년이니 보기에 영 불편했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이런 경우는 가지치기를 해줘야 한단다. 그러고 나면 가지치기한 자리에서 새로운 줄기들이 돋아난다고 했다.
가지치기할 때마다 식물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그럴 게 아니었다.
그래서 대형 잎사귀 3개를 과감히 잘랐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났나?
정말 신기하게 바짝 마른 갈색 줄기에 새순 3개가 한꺼번에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강하게 새잎을 피우기 시작했다.
줄기 하나를 정리했는데 새순 3개를 얻은 것이다.
아...가지치기에는 타이밍이 있구나.
그러다 벽걸이 식물 ‘디시디아 도이안사’가 눈에 들어왔다.
잘 자란다 싶어 흐뭇하게 바라봤는데 어느새 단정한 단발머리가 지저분한 긴 머리가 되어있었다.
치렁치렁 늘어진 모습이 너무 무거워 보여 싹둑싹둑 가위질해 댔다.
식물 가지치기를 했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이 후련했다.
가지치기 후 식물은 바로 자라지 않는다.
잘린 자리의 상처가 아물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동안은 환경 변화 없이 조용히 쉬게 둔다.
커트를 너무 쳤나 볼품이 없어진 디시디아 도이안사를 보며 순간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제는 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싱싱한 줄기를 뻗어낼 거라는 걸.
그리고 가지치기 전보다 더 건강하게 자라난다는 것을.
그런데 오늘 내가 가지치기 한 건 식물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