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따라 마음 따라
3달 전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그러부터 3달 후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게 일주일 전쯤의 일입니다.
90세가 다 되신 두 분은
그렇게 인생이라는 짧은 소풍을 끝내고
모두가 그러하듯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셨습니다.
예전부터
아버지는 하늘이고
어머니는 땅이라고 했습니다.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으니
저에겐 고개를 들어 바라볼 하늘도
발을 디딜 대지도 사라진 것입니다.
5년이 넘는 간병의 기간
그리고 당신들의 소풍의 끝은
정말이지 제가 감당하기엔
미칠 듯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소풍이 끝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신 그분들은
아주 차가운 마지막 모습만 보이시고는
기억 저편으로 완전하게 사라지셨습니다.
인생이란 살아보면
참 슬프고 괴롭고
어떨 땐 눈물만 가득했지만.
그렇기에 반대로
너무 행복하고 기쁘고
즐거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오래 지속된 간병 때문인지
심신이 무척이나 힘듭니다.
빠른 회복을 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그게 쉽지 않네요.
주변에서는 저에게
빨리 병원에 가 볼 것을 권유합니다.
10kg 이상 살이 빠진 몸도 몸이지만
피폐해진 정신은 쉽게 회복하지 않는 거 같습니다.
슬프고 괴롭고
심각하게 우울한 증상이.
약을 먹으면 어느 정도는
빠른 회복을 한다고
이미 이런 일을 겪은 분들이
저에게 말해 주지만.
병원에 가는 것도
약을 먹는 것도
모든 것이 귀찮을 뿐입니다.
저도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인생이란 소풍이 끝나고 나면
그분들이 그랬던 것처럼
차가워진 몸에서
정신이 분리될 것이고
아주 뜨겁고 거센 불 길 속에서
제 몸이 산산이 타 들어갈 것입니다.
그리고 분골 된 나의 흔적들은
바닷물 어딘가에 흩뿌려지겠지요.
그렇게 나의 인생은 소풍이고
그 소풍이 끝날 때
쉽진 않겠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고
굉장히 행복했다고
자부하고 싶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요.
무더운 날씨도
이젠 점점 서늘해집니다.
계절은
누군가 다그치지 않아도
언제나 그렇듯 말없이
천천히 변화가 생깁니다.
소풍을 끝낸 분들을 보내고
나의 소풍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이 세상에 어찌 되었건 초대되어
소풍을 즐기는
단 한 번뿐인 이 기회를
잘 살려야겠습니다.
나의 손을 잡아 줄 사람은 이미 떠났고
내가 손을 잡아 줘야 할 사람도 없는 지금의 내 처지.
하지만
번거로운 소풍은 원하지 않습니다.
이제 홀가분하게
제게 남은 인생이라는 소풍을
소중하게 보낼 생각입니다.
주변을 알아보지 못하는
혼망한 정신이 아직 안 왔을 때.
스스로의 몸도 가누지 못하는
힘든 나날이 아직 오지 않았을 때.
이것처럼 축복받은 시기는
절대 없기 때문일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남겨진 나.
나의 소풍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렇게 끝나갑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