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후 근황
어찌 한가위 명절은 잘 보내셨나요?
평소보다 분주한 일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평온해야 할 명절에 갑자기 이명이 심해져서, 저만 아는 힘듦을 겪었습니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친인척들을 만나 근황을 나눌 수 있어 좋았지만, 결국 제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그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참 신기하죠?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넉넉한 한가위가 그리 넉넉하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음식 장만을 하는데 누워만 있는 남편이 얄밉고, 제사도 지내지 않는데 이것저것 준비하시는 시어머님의 분주함을 예전처럼 따라가기도 힘들었습니다.
다 큰 아들 녀석은 가족과의 시간보다 자신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요.
그런데 또 가만히 돌아보니 고마운 일도 많았습니다.
친정에 방문했을 때 가족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남편을 보며 참 고마웠고, 본인도 힘드실 텐데 식구들에게 넉넉히 맛난 것을 해주고 싶어 하시는 시어머님의 마음도 참 감사했습니다.
자신의 일로 바쁜 아들 녀석도 가족을 만나면 기쁜 마음으로 함께해 주었고요.
매번 명절이면 안부 인사와 함께 선물을 보내주시는 귀한 인연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준비하면서, 새삼 좋은 분들이 제 곁에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한가위 하면 특별히 풍성하지 않아도 마음만큼은 넉넉해지는 것 같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가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변한 것이었죠.
저의 몸 상태도, 마음 상태도.
매년 한가위는 같습니다.
그런데 그 한가위를 맞는 제가 변하고, 제 주위의 환경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아직 건강하게 거동하시는 친정아버지가 계시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조카들이 있습니다.
내년에도 한가위는 어김없이 찾아오겠지요.
그때의 저는 또 조금 달라져 있을 테고요.
그래도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면, 그 한가위에는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며 또 고마워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