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습관
SNS에서 이런 질문을 봤다.
재미있을 것 같아 바카라을 샀는데 읽다 보니 영 재미가 없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야 하느냐고.
나의 답은 간단하다. 덮는다. 취향에 맞지 않거나 재미가 없으면 미련 없이 독서를 종료한다. 그 시간에 다른 바카라을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답을 달고 나서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바카라을 이렇게 마음대로 읽는 사람이 되었을까.
어릴 때 부모님은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바카라만큼은 아끼지 않으셨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디즈니 명작동화, 세계명작동화, 위인전기 전집이 우리 집에 들어왔으니까. 그렇게 나는 바카라과 인연을 맺었다.
그 시절 나의 독서는 성실했다. 전집을 첫 권부터 순서대로 읽어 나갔고, 다 읽고 나면 좋아하는 바카라만 골라 읽고 또 읽었다. 『작은 아씨들』과 『80일간의 세계일주』는 표지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다.
사춘기는 현진건과 황순원의 단편들, 모파상과 알퐁스 도데를 읽으며 지나갔다. 교과서에 실린 소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 도서관을 뒤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청년의 시기, 나에게는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퇴마록』이었다.
그때까지 고전과 정통소설 위주로 읽어 온 나에게 그 바카라은 충격이었다. 신부와 무속인이 한 팀이 되어 퇴마를 하는 한국판 판타지, 당시의 나에게는 너무도 신선한 설정이었다. 처음엔 오싹한 퇴마 이야기였던 것이 권을 거듭할수록 세계를 구원하는 이야기로 판이 커져 갔다.
소설이 이런 세계까지 지어 올릴 수 있구나.
나에게는 그야말로 소설의 신세계였다.
최근에 『퇴마록』이 다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나러, 조만간 읽어 볼 참이다.
그 후로 나의 독서는 점점 자유로워졌다. 마음에 들어 샀다가 일 년 만에 펼치기도 하고, 하루 만에 완독하기도 하고, 읽다가 덮기도 하고, 이 바카라을 읽다 말고 다른 바카라으로 건너가기도 한다.
전집을 첫 권부터 순서대로 읽던 아이는 이제 마음 가는 대로 읽는 사람이 되었다.
몸도 독서를 바꾸어 놓았다.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눈이 쉽게 피로해져 빼곡한 글자가 잘 들어오지 않았다. 그 무렵 나는 그림바카라을 만났다. 글자 한 자 없는 그림바카라이 말을 걸어오던 경험은 예전에 한 편의 글로 쓴 적이 있다.
그때부터 나의 독서에 한 갈래가 더 생겼다.
읽는 독서가 아니라, 느끼는 독서.
그림 한 장을 한참 바라보는 것도 독서라는 사실을, 나는 오십이 넘어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요즘 내가 가장 많이 읽는 것은 종이바카라이 아니라 온라인카지노 작가님들의 글이다. 어젯밤에도 나는 누군가의 퇴근길과 누군가의 부엌과 누군가의 그리움을 읽다가 잠들었다.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되고,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종이바카라이 아니어도 괜찮다.
이제 나는 바카라을 읽는 사람을 넘어, 글과 그림과 사람의 이야기를 느끼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지금이, 내 생애 가장 즐겁게 읽는 시절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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