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나는 여름을 기다리며 _바카라소개
독립출판사 아무개는말했다의 여름 문예지에 시 한 편, 에세이 한 편이 실렸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우연히 본 공모 글에 '여름'이라는 주제가 있었고, 마침 서랍 속에 여름과 닿아있는 글이 있었다. 별 기대 없이 넣어봤는데, 그 글이 한 권의 바카라 안에 자리를 얻었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글만 보면 부끄럽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창기의 글이라, 함께 실린 작가분들의 작품에 비하면 백일장 수준이라는 걸 나 스스로 잘 안다.
그럼에도 이 바카라을 소개하기로 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함께한 작가들의 글이 좋다.
둘째, 수익금 일부가 의미 있는 곳에 쓰인다.
셋째, 독립출판사 아무개는말했다를 알리고 싶다.
이 바카라의 수익금은 탈가정 청년들의 정착과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 52헤르츠 고래들에 후원된다. 282북스의 소개로 연결된 이 단체의 이름이 마음에 걸렸다. 52헤르츠 — 다른 고래들이 듣지 못하는 주파수로 혼자 우는 고래. 집을 떠나 홀로 세상에 선 청년들을 그렇게 불렀다.
그리고 셋째 이유, 아무개는말했다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
"어느 누구도 아닌 나로서 할 수 있는 모두의 말을 담다."
이곳의 철학이다. 거창한 담론보다 개인의 서사와 감정이 가진 힘을 믿는 곳. 10년간 바카라의 편집과 제작을 이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을 단순한 결과가 아닌 기록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실용이든, 분야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의 '말'이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출판사와 함께, 부산 반송동에 예약제 전시형 독립서점도 운영한다. 아무때나 문을 두드리는 바카라방이 아니라, 예약을 하고 찾아가는 방식이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전시처럼 꾸려진다고 하니, 부산에 갈 일이 있다면 한번쯤 예약해 볼 만한 곳이다.
이 바카라에는 열여섯 명의 이름이 함께 적혀 있다.
권은애 · 김도은 · 김성수 · 명선향 · 모경자 · 박효은
방건희 · 변현영 · 빈 · 상융 · 서온 · 윤서
이유림 · 임나영 · 정세은 · 퇴근한 PD
내 이름 석 자가 이분들 사이에 끼어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우연에 감사하다.
글 한 편이 어딘가의 고래에게 닿을 수 있다면, 부끄러움쯤은 감수할 수 있다.
독립출판사 아무개는말했다
52헤르츠 고래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52hz_mae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