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친구들
'나, 오늘 무릎이 아파. 비가 와서 그런가?'
'야, 나도 그래.'
비 오는 날, 친구 카톡창에 오가는 일상의 대화다.
아이들 키울 때는 서로 정신이 없어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그럴싸한 명분 아래 연락 한 번 없이 지내다가, 어느 정도 키워 놓고 나니 단톡방이 하나 생겼다. 그리고 우리는 그 안에서 본격적으로 몸 자랑을 시작했다.
겨울엔 감기.
봄엔 꽃가루 알레르기, 눈이 짓무르고, 피부가 가렵고, 콧물에 목까지 붓는 풀세트.
여름엔 더위 먹었다는 제보.
가을엔 환절기 몸살, 아, 이건 진짜 방심하면 안 된다는 긴급 공지.
비 오는 날엔 기분도 우울하고, 몸도 여기저기 쑤신다는 생중계.
한 명이 포문을 열면 나머지가 줄줄이 참전한다.
'나도 그래!'
'거기 병원 좋대.'
'이 영양제가 효과 있다더라.'
마치 누가 누가 더 아픈가 자랑대회를 하는 것 같다. 우승 상품은 없지만, 아무도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 확인이 위로가 되니까.
따지고 보면 꽤 진화한 단톡방이다. 자식 걱정, 남편 걱정, 시댁 이야기로 점철되던 수다가 이제는 슬그머니 나 자신에게로 옮겨왔으니. 그 시절 에너지 넘치던 친구들이 '허리야', '무릎이야' 하면 예전엔 '에이, 별거 아니겠지' 했을 텐데, 이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격하게 공감하며 나도 슬쩍 무장해제하고 엄살을 부려 본다.
뭐, 이쯤 되면 엄살도 친밀감의 언어 아닐까.
오늘도 단톡방에서 나는 깊은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아프다는 말로, 나도 그렇다는 말로, 서로를 붙잡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