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후 남겨진 것들

by담서제미

추석이 지나갔다. 어제까지만 해도 집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현관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고, 부엌에서는 음식 냄새가 끊이지 않았다. 식탁에는 평소보다 많은 그릇이 놓였고, 웃음소리가 집 안을 채웠다.


사람들이 돌아간 뒤 집은 고요하다. 냉장고에는 아직 명절 음식이 남아 있고, 식탁 한쪽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흔적이 있다. 그 흔적들을 바라보다 보니 며칠 동안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젊었을 때는 명절에 대한 감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명절을 준비한다.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며,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차릴지, 누구를 맞이할지를 헤아리는 사람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명절은 음식보다 사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어간다. 이번 추석에는 유난히 어머니 생각을 했다. 여전히 곁에 계시는 어머니를.


어머니는 늘 부엌에 계셨다. 자식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돌아가는 손에는 늘 한가득 챙겨주셨다. 그때는 그것이 그저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먹고 가라는 말, 많이 먹으라는 말, 조심해서 가라는 말. 너무 익숙해서 사랑인지도 몰랐던 말들이었다. 그 말들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어느새 나도 그 자리에 서 있다. 아이였던 내가 부모가 되고, 이제는 며느리를 맞이하는 자리에 섰다. 그런 나를 보면서도 어머니는 여전히 손자며느리까지 챙기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지나오신 시간을 헤아린다.


세월은 누구에게도 머물러주지 않는다. 가족들도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자기 생활로, 나는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집은 다시 조용해졌지만, 며칠 동안 함께 밥을 먹고 웃었던 시간들이 집 곳곳에 남아 있다. 특별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함께 웃고 함께 놀았던 그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명절 음식은 며칠이면 다 사라질 것이다. 식탁 위의 흔적도 곧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함께 바라본 얼굴과 나눈 말들은 조금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명절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아마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평범한 날이 시작된다. 창문을 열고 음악을 틀어놓고 내 놀이터에 앉는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살아간다.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오늘은 곁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다.


추석은 지나갔지만, 함께였던 시간은 일상 속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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