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 한 점에 담긴 시간

by담서제미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이 나이가 되도록 갈비 한 점이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수고가 필요한지 몰랐다.


친정어머니가 해 주시는 갈비는 명절이면 으레 상 위에 올라오는 음식이었고, 나는 그저 맛있다며 젓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일 줄만 알았다. 접시가 비어 가는 것을 보며 흐뭇해하시던 엄마의 얼굴을, 그 뒤편의 시간을, 나는 한 번도 헤아려 보지 않았다.


올해는 조금 다른 명절이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처음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생기고 나니 마음이 먼저 분주해졌다. 머릿속으로 상차림을 그려 보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 사 모으는 일이 즐거웠다.


설렘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이구나 싶었다. 어제는 수영까지 빼먹은 채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나섰다. 카트에 물건을 담을 때마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엄마가 우리에게 해 주셨던 그 갈비를 이번에는 내가 재연해서 며느리에게 먹여야지라고.


그런데 엄마의 생각은 달랐다. "갈비는 내가 해서 손자며느리 먹이고 싶어야." 한사코 당신이 하시겠다며 손사래를 치시는데, 그 말투에 묻어난 고집이 어쩐지 뭉클했다.


여든이 훌쩍 넘은 몸으로도 손자며느리에게만큼은 당신의 손맛을 먹이고 싶다는 마음. 그것은 음식이 아니라 사랑을 건네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나는 더 우기지 못하고 물러섰다. "그럼 엄마한테 배울 겸 옆에서 도와드릴게요." 그렇게 갈비 재우기가 시작되었다.


먼저 핏물을 뺐다. 찬물에 갈비를 담가 놓고 몇 번이나 물을 갈아 주었다. 붉게 우러나던 물이 차츰 맑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일은 생각보다 더디고 지루했다.


다음은 기름 제거였다. 엄마는 칼끝으로 하얀 기름덩이를 하나하나 떼어 내셨다. 서두르는 법이 없는 손이었다. 그러고는 사과, 배, 키위, 마늘, 생강, 양파를 갈아 즙을 짜서 양념에 섞으셨다. 과일은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마늘과 생강은 잡내를 잡아 준다는 것을 엄마는 말이 아니라 손으로 가르쳐 주셨다. 나는 옆에서 양파를 까다 눈물을 찔끔거리며 그 손놀림을 눈에 담았다.


내가 그토록 맛있게 먹어 온 갈비 한 점에는 이렇게 긴 시간이 들어 있었다는 것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알다니 나는 순간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명절 전날이면 부엌에서 들리던 달그락거리는 소리, 무릎이 아프다면서도 서 계시던 엄마의 뒷모습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나는 그 수고 위에 편안히 앉아 숟가락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받는 사람은 받는 줄 모르고 받는다. 사랑이란 것이 원래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정성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쌓이고, 먹는 사람은 "맛있다" 한마디로 지나간다. 엄마는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고 여기셨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내 눈에 보였다. 그 한마디 뒤에 얼마나 많은 밤과 낮이 숨어 있었는지를.


양념 속에 잠긴 갈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갈비를 먹을 며느리도 오늘의 시간을 다 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언젠가 그 아이도 누군가를 위해 핏물을 빼고 기름을 떼어 내는 날이 오면, 그때 문득 떠올리게 될지 모르니까. 엄마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다시 며느리에게로 이어지는 것은 레시피가 아니라 마음일 것이다.


이번 명절, 나는 갈비 한 점을 천천히 씹어 볼 생각이다. 달고 깊은 그 맛 속에서 엄마의 손과 시간을 오래도록 맛보고 싶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엄마에게 말해야겠다. "엄마, 정말 맛있어요." 그 말속에는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진한 고백이 들어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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