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

by담서제미

동생이 여고 동창들과 1박 2일 모임이 있어 내려왔다. 모임을 마친 다음 날 점심으로 생고기 비빔밥을 먹고 싶다기에 맛집을 찾아 나서기로 약속했다.


바카라을 펼쳐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였다.


"아야, 딸이 모처럼 왔는데 엄마가 밥 한 끼는 해서 먹이고 싶으니 그리 알아라."


"힘든 데 뭐 하게요."


말리고 싶었다. 그냥 맛집 가서 사 먹으면 그만일 것을, 팔십 대 후반인 엄마가 음식장만을 하시는 걸 그려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나 엄마는 물러서지 않았다.


"육회거리 사다가 양념해서 하면 되는 걸 뭐 하러 나가서 먹어야. 내가 할 수 있을 때 손수 해서 먹이고 싶어서 그런다."


그 말 앞에서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내가 할 수 있을 때'라는 말에 마음이 걸렸다. 그 말속에는 "내가 살면 앞으로 얼마나 살겠냐"라는 말이 숨어 있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알겠다고 했다.


큰 대접 가득 육회비빔밥이 차려져 있었다. 싱싱한 육회가 밥 위에 소복이 얹히고, 그 위로 파와 고추장, 다진 마늘, 참기름과 깨가 뿌려져 있었다. 색이 고왔다. 붉은 육회와 초록 파, 윤기 나는 참기름이 어우러진. 보자마자 입안에 침이 고였다.


밥보다 육회가 더 많았다.


"식당에서는 이렇게 안 나오지. 나올 수 없는 맛이야."


한 숟가락을 떠 입안에 넣은 여동생의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이 맛이야, 이 맛이라고' 나도 한 숟갈을 떠 입안에 넣었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이어, 육회의 부드러운 육질과 엄마가 직접 담그신 고추장의 깊은 맛이 입안에 퍼졌다. 마늘의 알싸함과 깨의 고소함이 그 뒤를 받쳐주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식당에서 먹어본 생고기 비빔밥이 여럿이었지만, 그 어느 것도 이 맛에는 미치지 못했다.


재료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식당에서 먹는 것과는 분명히 달랐다. 그것은 엄마의 사랑이었다. 자식들의 입맛을 헤아려가며 맞춘 그 모든 과정이 들어 있었다.


여동생도 나도 말없이 그릇을 비웠다. 맛있게 먹는 우리를 바라보시는 엄마의 주름진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힘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엄마는 손사래를 쳤다.


"이런 걸 힘들다고 하면 어떻게 자식을 키웠겠냐."


엄마의 그 마음이 비빔밥 안에 양념처럼 고루 배어 있었다. 그것이 이 밥을 특별하게 만든 진짜 재료였다.


식당을 찾아가려던 계획 대신 우리는 엄마의 부엌에서 차려진 밥상 앞에 둘러앉았다. 어쩌면 여동생도 나도, 맛집을 찾아 헤매는 대신 이 밥상을 마음 깊이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직은 엄마가 손수 차려줄 수 있는 지금, 이 시간을 오래 붙잡아두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 먹고 나서 '아, 참 사진.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그때서야 사진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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