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가 녹아내리는 지구

by담서제미

네팔 뉴스를 보다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텔레비전 화면 속으로 흙탕물이 마을을 통째로 삼키고 있었다. 다리가 끊기고, 집이 떠내려가고, 사람들은 지붕 위에서 살려달라며 애타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이 무너져 내린 자리에서 시작된 물줄기였다.


몇 해 전 극장에서 보았던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때는 화면 밖에서 팝콘을 씹으며 볼 수 있었던 풍경이 이제는 뉴스 자막을 달고 거실까지 밀려들어 왔다.


빙하는 수천 년을 그 자리에서 버텨온 얼음이었다. 계절이 몇 번 바뀐다고 흔들릴 몸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 녹아 산 아래 마을을 덮쳤다는 뉴스를 보면서 처음에는 현실이 아니길 바랐다.


화면 속 사람들의 공포와 울부짖음, 그동안 가꿔놓은 모든 게 처참하게 사라져버린 그 앞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동안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제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여름마다 신기록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역대급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는 그 말에 놀라지도 않는다. 에어컨 없이는 잠들 수 없는 밤이 길어지고 장마는 예측할 수 없는 폭우로 바뀌었다.


봄과 가을은 짧아져 인사도 나누기 전에 지나가 버린다.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나는 여전히 냉장고 문을 열어 시원한 것을 찾고 에어컨 바람을 튼다.


인간은 편리함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그 편리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을 대가로 치르는지는 애써 외면한다. 나무를 베어 도로를 넓히고 강을 막아 물을 가둔다. 공장의 굴뚝은 쉬지 않고 연기를 뿜고 사람들은 매일 새로운 물건을 사고 버린다.


그 하나하나가 누적되어 빙하를 녹이고 바다의 수위를 높이고 어느 마을의 지붕을 물속에 잠기게 한다. 나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생각한다. 아무리 높은 건물을 짓고 아무리 정교한 기계를 만들어도 녹아내리는 얼음 앞에서는 속수무바카라이다.


홍수에 잠긴 마을을 다시 세우는 데는 오랜 시간과 많은 사람의 땀이 필요하지만 얼음이 녹아내리는 데는 단 몇 분이면 충분했다. 만들어내는 일과 무너뜨리는 일 사이의 이 불균형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작은 것일지라도 자연이 무너지는 그 시간을 늦출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에어컨을 켜기 전에 창문을 한 번 열어보고, 분리수거를 더 철저히 하고, 내가 하는 이 행동이 환경을 위하는 것일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실천하는 것.


편한 것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망설이는 것. 어쩌면 그 작은 망설임들이 쌓이면 시간을 더 늦출 수 있지 않을까. 뉴스 속 흙탕물은 화면 밖으로 흘러나와 내 마음까지 적시고 있었다. 더 이상 남의 나라 먼 훗날의 일이 아니었다.


밤이 깊었는데도 창밖 공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선풍기 바람 사이로 히말라야의 무너진 얼음벽이 자꾸 떠오른다. 그 물이 흘러간 자리에, 언젠가 우리의 자리도 놓일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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