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마루에 누워

서까래를 돌려다 보며

by담서제미

오래 전에 써 놓은 단편소설을 꺼냈다. 몇 번이고 열어 보다가 도로 닫아버렸던 파일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몇 달째하고 있었다.


가장 오래 된 것부터 파일을 열었다. 문장 하나를 고치면 그 옆 문장이 걸리고, 그것을 고치면 또 다른 문장이 눈에 밟혔다. 그때는 왜 못 보았을까 싶은 표현들이 줄줄이 걸려 나왔다.


고치고 다듬는 일은 끝이 없었다. 무한 반복의 길이었다. 그 길로 접어들면 어디에서 멈춰야 할 지 종종 길을 잃었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집을 나섰다. 가려던 곳이 하필 쉬는 날이었다.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신 떠올린 두 번째 장소로 향했지만,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근처에서 찻집 하나를 발견했다. 마침 내가 찾고 있던 것이 거기 있었다. 한옥 대청마루를 옮겨다 놓은 듯한 공간이었다.


미닫이 문을 밀고 들어가 앉았다. 손님이 없어 찻집은 고즈넉했다. 문풍지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그 틈으로 8월의 바람이 들어와 에어컨 바람과 섞였다. 뜨거운 바깥공기와 차가운 실내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 내가 앉아 있었다.


나는 대청마루에 몸을 눕혔다. 나무 바닥의 결이 등에 그대로 전해졌다. 고개를 드니 서까래가 보였다. 오래된 나무가 가로세로로 얽혀 지붕을 받치고 있었다.


나는 불멍 하듯이 서까래를 올려다보았다. 서까래 멍.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생각은 자꾸 아침에 두고 온 원고 쪽으로 흘러갔다. 고치던 문장의 마지막 대목이 떠올랐다가 다시 흐려졌다.


원고 속 인물들도 오래 묵은 나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썼을 때는 곧고 반듯해 보였던 문장들이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휘어지고 어긋난 자리가 드러났다.


서까래도 그랬을 것이다. 처음 얹었을 때는 몰랐던 뒤틀림이 세월과 함께 나타났을 것이고, 그 뒤틀림을 지붕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버텨왔을 것이다.


무리해서 곧게 펴려 들지 않고, 휘어진 채로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 내가 다듬고 있는 문장들도 어쩌면 그래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매끈하게 펴는 일보다, 휘어진 결을 살려 두는 일이 먼저일 수도 있었다.


바람이 한 번 더 들어왔다. 문풍지 구멍으로 들어온 바람은 방향이 없었다. 그저 있던 공기와 섞여 사라졌다.


나는 오래 누워 있었다. 다듬다 만 문장들을 그대로 두고. 다시 내가 앉았던 자리로 돌아가면, 오전에 걸려 넘어졌던 그 문장부터 손을 대게 되겠지. 서까래는 오늘도 내일도 이 자리에서 그렇게 지붕을 이고 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동전이 지폐가 되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