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연 저금통에서 쏟아진 동전을 아들과 며느리가 베네치아서점에서 사 온 에코백에 담았다. 가방을 어깨에 메자 곧바로 한쪽이 기울었다. 동전의 무게란 이런 것이구나,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깨가 자꾸 아래로 처졌다.
동네 은행으로 들어가 번호표를 뽑았다. 기다리는 동안 동전이 지폐로 바뀌는 순간을 상상했다. 창구 앞에 앉아 동전을 내놓자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우리 은행에서 동전교환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만 해요."
"아니, 왜요."
"요즘은 현금을 많이 쓰지 않잖아요. 그래서 동전 나올 일이 별로 없어서요."
수요일 오전 열 시에서 열두 시. 하필 수영장에 있을 시간이었다. 수영장을 빠질 순 없었다.
은행을 나와 집으로 향하려다 바로 옆 다른 은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을 밀었다.
"여기는 매주 화요일 오전에 가능해요. 그런데 이 은행 통장이 있으세요."
"아니요, 없어요."
"통장이 있으셔야 해요."
바로 교환해 주는 게 아니라 통장에 입금하는 방식이라 했다. 주거래은행이 아니어서 여기 통장은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나오려다 다시 생각했다. 또 시간을 맞춰 걸음을 하느니, 통장을 하나 만들어 넣어두고 그 자리에서 출금을 하는 편이 나았다. 통장을 만들어 입금을 하고, 다시 출금을 했다.
저금통에 들어 있던 돈은 지폐로 사만 칠천 원이었다. 그 돈을 손에 쥐고 잠깐 생각했다. 나 혼자 모은 돈이 아니었다. 남편, 아들과 며느리, 딸에게 만 원씩 나누어 보냈다.
딸은 "아니, 콩 한쪽도 나눠 먹네." 며느리는 "세상에, 소중한 저금통에 있는 걸 분배해 주시다니요. 감사합니다." 남편은 "만 원으로 맛있는 거 사 먹읍시다." 아들은 "우리도 챙겨주다니 고마워요."
별일 없던 하루에 작은 이벤트가 하나 끼어든 셈이었다. 카톡에 올라온 답을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돌아오는 길에 요즘 한창인 무화과 두 박스를 샀다. 한 박스는 친정 부모님께, 한 박스는 우리 집으로. 아침부터 내려와 있던 오른쪽 어깨가 그제야 제자리를 찾았다.
동전을 지폐로 바꾸는 일이 이렇게까지 번거로울 줄은 몰랐지만, 두 손에 들린 무화과 두 박스의 무게는 아까와는 다른 무게였다.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8월 한가운데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