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으로 가는 문

by담서제미

한기가 들었다. 발 밑에 나뒹굴고 있는 이불을 발끝으로 끌어올려 목까지 덮었다. 그건 분명 안개였다. 「무진기행」에서 밤사이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마을을 빙 둘러싸고 있다던 그 안개. 하지만 눈을 뜨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형광등 불빛이었다. 오늘, 나는 여행을 떠난다. 내가 챙긴 것은 김승옥의 「무진기행」 필사북 한 권이었다.


왜 하필 그 바카라이었을까. 무진은 지도에 없는 도시다. 실재하지 않는 곳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실재하는 곳으로 떠나며 챙긴다는 것이 어쩐지 이상했다. 오래전부터 무진기행을 필사하리라 마음에 두고 있었다. 무진은 지도에 없는 도시이지만 안개가 짙게 내리는 아침이면 이 나라 어느 강가 마을이든 무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불을 마저 개키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안개는 없었다. 다만 방금까지 나를 감싸고 있던 그 한기와 흐릿한 풍경이, 아직 몸 어딘가에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꿈은 짧았지만 선명했다. 눈뜨기 직전까지 나는 분명 그 소설 속 문장 사이를 걷고 있었다. 적군처럼 에워싼다는 안개 속에서, 두려움보다는 어떤 낯익음을 느끼며.


필사북을 다시 꺼내 첫 장을 펼쳐보았다. 필사는 네 장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페이지가 더 늘어나리라. 문장을 눈으로 읽는 것과 손끝으로 짚어가며 옮기는 것은 속도가 다르다. 급하게 흘러가려는 문장을 붙드는 일, 그것이 필사이고, 그것이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내가 하려는 일의 다른 이름인지도 몰랐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표를 보았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을 다시 눈으로 읽었다.


현관을 나서기 전, 소파 위에 앉아 잠시 눈을 감았다. 조금 전 꿈속의 한기가 다시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렸다. 「'당신은 무진읍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문을 나섰다. 오늘 나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곳을 서성일 것이다. 낯선 방에서 눈을 뜨면 창밖에 진짜 안개가 내려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이불을 발끝으로 끌어올리며, 손을 뻗어 필사북을 펼칠 것이다. 문장을 옮겨 적는 일은 남의 안개 속을 잠시 걸어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안개에서 걸어 나올 때마다, 나는 조금씩 더 선명해진 나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무진은 여전히 지도에 없는 도시지만, 오늘 나는 그 도시로 가는 문 하나를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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