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대가 한 세대를 잇고

by담서제미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간다. 고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지어 나오는 길, 간 김에 허리 물리치료실에 들른다. 간헐적으로 저릿한 허리에 온열기를 얹고 십오 분을 누워 있으면, 여기저기 고장 난 몸에 윤활유를 붓는 기분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렇게 몸의 부품을 하나씩 손보러 다니는 일인가 싶다.


물리치료가 끝나고 핸드폰을 열어 보니 아들에게서 전화가 와 있었다. 토요일에 결혼식을 올리고 그날 밤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다는 아들, 여행 가방을 챙기러 온다고 했다. 갑자기 점심 약속이 잡혔다. 친정 식구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에 다니던 나를 대신해 친정 부모님이 아들과 딸을 키우셨다. 저녁 늦게 데리러 갈 때까지, 두 아이의 낮은 온전히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들과 딸은 외가에 대한 정이 유난히 깊다. 김치도, 밑반찬도, 국도 외할머니가 해 준 것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아들이다.


점심상 앞에서 아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증손주까지 보시려면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한다고, 애틋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 이제 여든여덟, 여든여섯인 두 분은 그 말에 웃으며 손사래를 치셨지만, 눈가에는 물기가 어렸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품고, 그 세대가 다시 그다음을 기다리는 자리였다.


숟가락을 놓고 나오는 길, 아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며칠 후면 저 아이는 한 여자의 남편이 되고, 새로운 이름의 가정을 하나 세운다. 내가 키운 시간보다 앞으로 그가 살아갈 시간이 더 길 것이다. 그 사실이 든든하게 다가왔다.


결혼식장의 조명 아래서 아들은 오늘 점심상에서 보았던 그 눈빛을 다시 지을 것이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걸으며, 어느 저녁 문득 외할머니의 된장국 냄새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사람은 그렇게 자신이 받은 사랑의 결을 따라 다음 사랑을 짓는다.


병원을 나서던 아침과 결혼을 앞둔 아들의 얼굴이 하루 안에 나란히 놓였다. 늙어가는 몸과 새로 피어나는 아들, 그 둘을 한날에 마주하고 나니 삶이란 이렇게 낡은 것과 새것이 한 상에 차려지는 밥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결혼식까지 3일 남았다. 아들 내외가 알콩달콩 화목한 가정을 이루길, 그리고 오래도록 외할머니의 김치 맛을 기억하며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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