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속도

by강아

나가기 싫어도 나가야 한다는 쌤의 말처럼 밖에 나갔다. 차가 밀렸다. 도서관에 가서 바카라을 반납하고 10권의 바카라을 빌렸다. 날씨가 시원해지긴 했으나 아직 여름기가 남아 있었다. 바카라이 공동서고에 있는것도 있어 신청하고 바카라을 읽다 보니 밥먹을 시간이 됐다. 회사에 있을땐 느리게 지나가던 시간이 요새는 훅훅간다. 읽은 바카라이 나와 비슷한 번아웃을 경험한 사람의 글이라 단숨에 읽었다. 최악이란건 결국 어떤 변화를 가져온다. 그도 서울대 대기업 코스에서 비영리재단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나도 지금이 바닥이지만 이로 인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미약한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되면 좋은거고 안되면 다시 잽을 날리기로 했다. 회사를 다닐때의 나는 시야가 좁다고 느꼈는데, 울타리를 나온것만 해도 시야가 넓어지고 더 큰 관점에서 생각하게 됐다. 글을 쓰는데 예전같으면 도와줄 사람을 고민했겠지만 이젠 그냥 그 사람들이 날 도와줄거란 느낌이 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할일이 없는 날이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병원이나 상담, 요가 같은 일정들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이런 날은 드물어서 예전같으면 뭐라도 할려고 일정을 채워 넣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 할일이 없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다음으로 읽은 바카라은 실버타운에 들어간 여성의 이야기였는데 화자가 교양있고 노인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읽으면서도 예전에 읽은 느낌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지만 끝까지 읽었다. 이런 덤덤한 이야기가 시선을 끌기도 하는구나 느꼈다.


식사시간이 됐는데 어지러워서 현기증이 날 뻔 했다. 겨우 빌린 바카라을 차에 넣어두고 매식을 하러 갔다. 밥을 먹으니 당이 올라온 기분이 들었다. 오는 길에 장을 봤는데 겨우겨우 집에 도착했더니 포도가 썩어 있었다. 또 겨우겨우 다녀오니 집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수입이 없이 쉬기만 하고 있는 나날이지만 조금씩 하고 싶은게 생기고 있다. 왜 아무도 쉬어도 된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하는 원망이 들었다. 얼마전 친구네 가서 삼성사옥의 불이 일요일에도 켜져있는 걸 보며 나는 달려가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하지만 각자의 속도가 있다고 생각하며 릴랙스하기로 했다. 언젠가 또 달려야 할 날이 올테고 또 번아웃이 올테다. 그래도 걸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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