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아무것도 안 남은 줄 알았다

by강아

집에 있으면 피폐해지는 것 같다. 요새는 주로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한다. 주거지를 옮기면 집은 어디다 구하고 가용 예산은 얼마고 그런걸 생각하다 보면 돈을 더많이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것이 생각나며 과거에 더 벌수도 있었던 기회들이 생각나고 그러다 부동산 가격을 알아보고 하는 순이다.


그러다 식사도 비빔밥을 사먹고 예매한 영화 시간이 돼서 나갔다. 영화 시간 뒤10분을 생각하고 나갔는데 그 시간에 딱 맞췄다. 더 드라마라는 영화였는데 결혼전 알고싶지 않은 배우자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였는데 기대를 해서인지 그리 와닿진 않았다. 그냥 젠데이아와 패틴슨 열일하네 그생각만 들었다. 오디세이도 나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연습실에 가는데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것도 번거롭고 이제 먹고싶은 음식도 남아있지 않았다. 토스트를 포장해서 차에서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이제 내 삶엔 아무것도 없단 생각이 들었다. 유일하게 의미있다고 생각한 음악도 관성으로 계속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유하고 있다. 사람끼리 부대끼며 사는게 삶이라고 한다면 나는 삶을 살고있지 않았다. 여전히 그건 불필요하게 느껴졌고 삶이 정말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렇게 연습실에 도착했는데, 아름다운 피아노로 연습할 곡은 그건 베토벤 31번 adagio와 모차르트 콘체르토 21번, 처음느낌 그대로, 이수의 곡이었는데(고칠게), 그러면서 점점 내면이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돈을 벌지 못해도 음악을 하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만은 앞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 혼자서도 씩씩하게 살수있을지 그런 생각들을 안하고 온전히 현재에 몰입할 수 있었다. 요새는 이렇게 지금을 사는 순간을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전부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다. 적어도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순간만큼은, 내가 부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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