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됐는데도 왜 아직 자기 공부를 못 할까요?
안녕하세요!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입니다.
이번 질문은 자기 공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고등학생이 되면 부모님들은 조금 기대하게 됩니다. 이제는 중학생 때와 다르게 스스로 공부하겠지... 시험도 한 번 봤고, 성적표도 받아봤으니 이제는 조금 달라지겠지... 그런데 고1 1학기를 지나고 나면 생각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학원 다닙니다. 숙제도 잘 합니다. 시험기간에는 바카라상 앞에 오래 앉아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모님 눈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입니다. 아이가 공부를 안 하는 것은 아닌데, 자기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만 두면 공부를 안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정리하지 못합니다. 고등학생이 되었는데, 왜 우리 아이는 하나도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을까요?
Q. 고등학생이 됐는데도 왜 아직 스스로 공부하지 못할까요?
고등학생이 됐다고 해서 자기 공부가 저절로 시작되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을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 고등학생인데 알아서 해야 하지 않나요?" 맞는 말씀입니다. 고등학생이면 자기 공부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해야 한다는 말과 할 수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가 외부에서 많이 정해집니다.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숙제를 내주고, 부모가 챙기고, 시험기간이 되면 주변 분위기에 맞춰 움직입니다. 아이는 나름대로 바쁩니다. 숙제도 하고, 수업도 듣고, 시험기간에는 바카라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부가 정말 자기 공부였는지는 따로 봐야 합니다.
자기 공부는 혼자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학원 숙제를 끝내는 것도 자기 공부의 전부가 아닙니다. 자기 공부는 내가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 주에 네가 가장 신경써서 했던 공부가 뭐야?"
그때 아이가 "학원 숙제요"라고만 답한다면, 아직 자기 공부가 시작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원 숙제는 공부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정해준 공부입니다. 아이가 자기 공부를 하고 있다면, 최소한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시험에서 반복해서 틀린 건 이 부분이에요."
"수학은 문제를 풀긴 했는데, 기출을 보니까 2차방정식 개념이 생각보다 다양하더라구요. 문제를 읽는 방식이 약했던 것 같아요."
"영어는 단어를 외운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지문을 해석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어요. "
"2학기에는 학원 가기 전 40분을 학교 수업 복습 시간으로 먼저 써보려고요."
이런 말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은 아직 자기 공부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안해봤으니까요. 그러면 부모님은 답답합니다. 고등학생인데 왜 아직도 이러지?라고 느낍니다. 이것을 단순히 의지 부족으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노력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최대의 노력을 한다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늘 배운 것을 그날 다시 보는 경험, 막히는 문제를 조금 더 붙잡아보는 경험, 틀린 문제를 다시 설명해보는 경험, 시험이 끝난 뒤 내가 왜 틀렸는지 확인하는 경험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그 경험 없이 아이에게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알아서 해"라고 하면, 아이의 공부는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붕 떠서 아무 곳으로도 갈 수 없는 무중력 상태에 놓일 수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떠 있게 됩니다. 자기 공부는 의지가 생기면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하는 경험이 반복되고, 그 노력이 자기 언어로 정리될 때 시작됩니다.
Q. 학원은 다니는데 왜 공부가 되는 것 같지 않을까요?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반드시 학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말은 학원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좋은 수업도 많고, 좋은 선생님도 많습니다. 학생에게 필요한 설명, 자료, 질문 응답, 학습 분위기를 제공해주는 학원은 분명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아이가 학원을 공부하는 곳으로 경험하고 있는지, 아니면 갔다 와야 하는 '일'로 경험하고 있는지입니다.
이 둘은 다릅니다.
공부를 하고 오면 쉬고 싶어집니다. 머리를 썼고, 무언가를 배웠고, 조금이라도 성취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을 하고 오면 놀고 싶어집니다. 빨리 끝내야 하는 의무를 해치우고 왔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학원을 다녀와서 "이제 좀 쉴게"라고 말하며 핸드폰을 봅니다. 부모님은 그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을 보는 것은 대체로 휴식이라기보다 놀이입니다.
놀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들도 놀아야 합니다. 문제는 놀이를 휴식으로 착각할 때 생깁니다.
휴식은 회복입니다. 뇌가 정보를 계속 처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샤워를 하거나, 잠시 눕거나, 맛있는 것을 먹거나, 산바카라을 하거나, 몸의 감각을 회복하는 시간이 휴식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영상을 넘기고, 댓글을 읽고, 쇼츠를 보고, 계속 자극을 받는 것은 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정보 처리를 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공부해도 피곤하고, 놀아도 피곤합니다. 계속 피곤한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 학습 욕구가 떨어집니다. 아이는 공부하기 싫은 아이가 아니라, 공부할 에너지를 회복하지 못한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학원 수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을 듣고 나서 아이가 오늘 무엇을 배웠는지 말할 수 없다면, 그 수업은 아이 안에 담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출석했고, 필기했고, 숙제도 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업에서 무엇을 새로 알게 되었는지, 무엇이 아직 막히는지, 무엇을 다시 풀어봐야 하는지 말하지 못한다면 학습이 충분히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성취감이 없으면 공부가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학원이 계속 힘든 일로만 느껴진다면, 학원을 더 늘리는 것이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먼저 학원 수업이 공부로 바뀌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습을 해야 수업이 궁금해집니다. 수업을 들으면서는 복습할 것을 붙잡아야 합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는 그날 바로 복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있어야 학원 수업이 아이의 공부가 됩니다.
예습 없이 듣고, 복습 없이 지나가고, 숙제만 처리하면 학원은 공부가 아니라 일정이 됩니다.
그러면 아이는 공부한 것이 아니라 학원이라는 일을 하고 온 것입니다.
Q. 부모가 도와주면 간섭이 되고, 안 도와주면 방치가 될까요?
이 질문이 가장 어렵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여기서 멈추십니다.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도와주려면 아이가 "엄마가 또 간섭한다"고 느낄까 봐 걱정됩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맡기자니 아이가 정말 스스로 해낼 수 있을지 불안합니다.
그래서 부모는 마음속에서 계속 흔들립니다.
말해야 하나, 참아야 하나, 도와줘야 하나, 기다려야 하나...
이게 지지일까, 간섭일까
이게 자율성을 키우는 걸까, 그냥 방치하는 걸까...
저도 이런 고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이를 단순히 통제하려는 마음만으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내기를 바라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상처받거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기준이 필요합니다.
부모가 아이 대신 공부 계획을 모두 세워주면 간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이제 고등학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으면 방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이를 평가하지 말고, 관찰을 돌려주는 것입니다.
"너는 의지가 부족해."
"너는 왜 이렇게 게으르니."
"너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어."
이런 말은 평가입니다. 평가를 들으면 아이는 자기 행동을 돌아보기보다 자기 자신을 방어하게 됩니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인가, 나는 원래 안 되는 사람인가, 엄마는 나를 그렇게 보는구나, 이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반면 관찰은 다릅니다.
"이번 주에는 학원 숙제는 했는데, 학교 수업 복습은 거의 못 한 것 같아."
"시험 직전에는 암기과목이 한꺼번에 몰려서 많이 힘들어 보였어."
"수학 문제를 풀 때 중간 풀이를 자주 건너뛰는 것 같아."
"수업을 들을 때 집중하는 모습은 분명히 있었는데, 그게 집에서 복습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같아."
이런 말은 아이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자기 행동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대신해 결론을 내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기 상태를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플래너와 리포트를 보라고 할 때도 부모가 검사를 하듯 보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자기 공부 상태를 설명하게 하라는 뜻입니다.
"엄마도 네가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
"가끔은 네가 직접 설명해주면 좋겠어."
"이번 주 공부가 어떻게 굴러갔는지 같이 들어보고 싶어."
이렇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설명하면, 바로 진단하거나 처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잘못됐어." "그렇게 하면 안 돼." "그러니까 성적이 안 나오지." 이렇게 들어가면 대화는 금방 닫힙니다.
대신 질문해야 합니다.
"그건 왜 그렇게 생각했어?" "그 시간이 제일 어려웠던 이유가 뭐야?" "다음 주에도 그렇게 하면 괜찮을 것 같아?" "엄마가 도와주면 좋은 부분과, 혼자 해보고 싶은 부분을 나눠볼 수 있을까?"
질문은 아이의 공부를 빼앗지 않습니다. 대신 아이가 자기 공부를 말하게 만듭니다.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부모의 도움은 통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무관심도 아닙니다. 부모는 아이가 자기 행동을 볼 수 있도록 관찰을 돌려주고, 아이가 자기 언어로 공부 상태를 설명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때부터 자기 공부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 주의하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미 자녀와의 상담적 관계가 깨어진 상태에서는 관찰의 언어를 말해도 아이가 간섭으로 받아들입니다. 이미 부모와의 대화에서 너무 간섭과 공격적 평가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섣불리 도움을 주려고 하시기보다 상담을 찾아오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더 악화되면 저와 같은 교육업자들도 손을 대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Q. 그럼 고1 2학기에는 무엇을 연습해야 할까요?
고1 2학기에 연습해야 할 것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먼저 예습, 수업, 복습의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습은 앞 진도를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수업에서 무엇을 배울지 미리 보고, 모르는 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문제를 보며 어디서 막히는지 느껴보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예습의 목적은 완벽하게 아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수업은 그냥 듣는 시간이 아닙니다. 예습하면서 생긴 질문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선생님이 어떤 개념을 강조하는지, 어떤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지, 내가 막혔던 부분이 어떻게 설명되는지 붙잡아야 합니다.
복습은 배운 것을 그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시간입니다. 수업을 들은 뒤 바로 다시 풀어보고, 설명을 가리고 혼자 써보고, 틀린 문제를 다시 정리해야 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날 배운 것이 그날 한 번은 자기 손을 거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과장없이 강조해드릴 것은, 복습을 하지 않으면 공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필요합니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는 경험입니다.
공부는 원래 어느 정도 고통스럽습니다. 바카라을 읽는 것도, 수학 문제를 붙잡는 것도, 틀린 문제를 다시 보는 것도, 모르는 개념을 다시 설명해보는 것도 편한 일은 아닙니다.
목적을 가진 행동은 의미가 클수록 고통을 동반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그 고통을 한 번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공부의 쾌락도 경험하지 못합니다.
문제를 붙잡고 있다가 결국 풀었을 때의 기쁨.
어려운 지문을 읽고 나서 내용이 잡혔을 때의 쾌감.
모르는 개념을 반복해서 보다가 어느 순간 연결되었을 때의 성취감.
시험지에서 이전에는 틀렸던 유형을 이번에는 맞혔을 때의 자부심.
이런 경험이 있어야 공부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1 2학기에는 "편하게 공부하는 방법"만 찾으면 안 됩니다. 물론 너무 과도한 부담은 줄여야 합니다. 아이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밀어붙이는 것도 좋은 교육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피하게 해주면 아이는 성취를 경험할 기회를 잃습니다.
부모가 도와야 할 것은 고통을 없애주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견딜 만한 어려움을 만나게 하고, 그 어려움을 통과했을 때 무엇이 달라졌는지 보게 해주는 일입니다.
고1, 2학기의 자기 공부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수업 전에 무엇을 배울지 봅니다. 수업 시간에 무엇을 붙잡을지 정합니다. 그날 배운 것을 그날 다시 봅니다.
틀린 문제를 피하지 않고 다시 풉니다. 학원 숙제 말고 스스로 정한 공부를 하나씩 남깁니다. 휴식과 놀이를 구분합니다. 공부하고 난 뒤에는 제대로 쉬고, 놀 때는 놉니다. 그리고 부모는 묻습니다.
"오늘 제일 힘들었던 건 뭐야?"
"그래도 끝까지 해낸 건 뭐야?"
"내일은 엄마랑 같이 저녁 먹을래?"
이러한 질문들이 쌓이면 아이는 자기 공부를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고등학생이 됐다고 자기 공부가 저절로 생기지는 않습니다. 혼자 두면 알아서 철드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계속 끌고 갈 수도 없습니다.
자기 공부는 아이가 자기 공부 상태를 설명하고, 예습하고, 수업을 듣고, 복습하고, 어려운 시간을 견딘 뒤 작은 성취감을 경험하는 루틴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고1 2학기는 그 루틴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세워야 하는 시간입니다.
본 글은 교육학하는 컨설턴트 듀르크하임, 컨설턴트 박태찬의 교육상담 기록과 해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글의 저작권은 컨설턴트 박태찬에게 있으며, 무단 전재, 복제, 재배포, 2차 가공 및 상업적 활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