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에 나는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
"소장님, 이번 여름휴가 때도 마음이 영 안 편해요. 휴가지 파라솔 아래 누워서도 손에서 메신저를 놓지 못하고 '내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갈까?' 불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다녀오면 업무는 밀려있을 테고, 이럴 거면 차라리 휴가를 안 가는 게 낫지 싶어요."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되면 제 집무실을 찾는 수많은 X세대 리더들이 한숨을 쉬며 털어놓는 고백이랍니다. 리더라는 중바카라을 맡은 후부터 휴가는 힐링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불안과 부채감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속이 얄팍한 하수 리더는 휴가지에 노트북을 싸 들고 가 매시간 메신저를 확인하며 "나 없으면 조직이 안 돌아가"라는 조바심을 피워 올립니다. 그리고 복귀해서는 "내가 없는 동안 난리도 아니었지?"라며 생색을 내곤 하지요. 하지만 분명히 기억하셔요. 리더가 자리를 비웠을 때 조직이 멈춘다면, 그것은 당신이 유능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팀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나 없으면 안 되는 의존적 구조'를 만든 리더십의 빈곤을 증명할 뿐이랍니다.
진짜 압도적인 성취를 만들어내는 고수 리더에게 휴가는 단순한 '쉬는 날'이 아니에요. 내가 잠시 고삐를 놓아주었을 때 주니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정작용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조직의 가장 멋진 임상실험장이자, 리더 자신의 삶과 지혜를 완전히 리셋하는 거룩한 재정렬(Re-alignment)의 시간이랍니다.
"휴가는 일터에서 도망치는 찜찜한 피신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내 삶과 조직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는 거룩한 재정렬의 시간이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경영학 대가들은 휴가를 바라보는 시선부터 다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 모든 연락을 끊고 외딴 오두막에 들어가 수십 권의 바카라과 최신 논문을 읽으며 미래 전략을 구상하는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가집니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는 매년 긴 휴가를 떠나며 이렇게 말하지요. "내가 자리를 비워도 회사가 훌륭하게 작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리더십이 완성된다. 휴가는 조직의 자율성과 시스템을 검증하는 가장 정교한 실험장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와 맥킨지(McKinsey)의 연구 역시, 뛰어난 리더일수록 휴가지에서 업무 이메일에 몰두하기보다 '시선의 전환(Global Processing)'을 이끌어내는 경험에 집중한다고 지적합니다. 복잡한 소음이 꺼진 낯선 공간에서 비로소 거시적인 시야가 열리고, 평소 풀리지 않던 거대한 전략적 난제의 힌트를 얻게 되기 때문이지요.
핵심은 하나입니다. 휴가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울 것인가를 단단하게 정의하는 것입니다.
비워내야 할 것들: 내가 다 챙겨야 한다는 '통제 욕구', 그리고 나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조바심'
채워 넣어야 할 것들: 사랑하는 가족과의 단단한 추억, 새로운 분야 사람들과의 깊은 소통, 그리고 나를 바로 세우는 지적·정신적 에너지
휴가지에서 맞이하는 하루 한 시간의 여유로운 독서는 일상의 소음이 꺼진 상태이기에, 글로벌 CEO들의 '생각 주간'처럼 본질적인 해답을 선물하곤 합니다. 최근 다녀온 발리의 평온한 바람 속에서 경험한 그 한 시간처럼 말이지요. 무엇을 비우고 채울지 명확히 아는 선별의 지혜야말로 휴가가 끝난 뒤 당신을 전혀 다른 차원의 리더로 복귀시키는 진짜 비밀병기랍니다.
일터의 불안함에 발목 잡혀 소중한 휴가를 낭비하지 말아요. 어미새가 잠시 둥지를 비우며 새끼 새들의 자립을 지켜보듯, 서글서글하지만 단단하게 비우고 채우는 세 가지 생각 루틴을 제안합니다.
1. [휴가 전] "나의 통제 욕구를 비우고, 명확한 판단 가이드라인 채우기"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는 모호한 말은 주니어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리더의 통제 욕구만 자극합니다. 떠나기 전, '어디까지는 주니어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해도 되는지(A 라인)', '어떤 상황에서만 리더에게 비상 연락을 해야 하는지(B 라인)' 명확한 권한 위임의 기준을 적어주셔요. 리더의 모호함을 비워낸 자리에 들어선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주니어들에게 자율성과 주도적 리더십의 날개를 달아주는 가장 멋진 선물이 된답니다.
2. [휴가 중] "업무 조바심은 비우고, 가족·소통·'단 한 시간'의 탐독으로 나를 채우기"
휴가지에서는 일터의 메신저와 조바심을 단단한 둔감력으로 깨끗이 비워내셔요. 대신 그 비워진 자리에 가족과의 웃음소리를 채우고, 낯선 분야 사람들과의 깊은 대화로 내 세계의 지평을 넓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 중 가장 한적한 시간, 커피 한 잔을 곁들여 내 안의 숙제를 풀어줄 바카라과 자료를 딱 '한 시간'씩만 깊게 탐독해 보세요. 비워진 마음에 차오르는 그 밀도 높은 여유 속에서, 조직을 짓누르던 수많은 난제들의 결정적 힌트가 거짓말처럼 찾아올 것입니다.
3. [휴가 후] "생색을 비우고, 자리를 지켜낸 주니어들에게 감사의 공(功) 채워주기"
휴가에서 복귀한 첫날, "내가 없어서 고생 많았지?"라며 나의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유세나 생색을 깔끔하게 비워내세요. 오히려 잘 버텨준 주니어들을 조용히 불러 "내가 없는 동안 팀을 너무 단단하게 지켜줘서 고마워요. 역시 우리 팀원들은 주도성이 대단해"라며 진심 어린 감사와 칭찬을 채워주는 것입니다. 리더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주니어들이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것이 바로 조직의 자정작용과 성장을 극대화하는 고수의 리더십입니다.
김동률 — 〈출발〉
언덕을 넘어 희미하게 손을 흔드는 너 바람이 부는 대로 내 맡긴 채
새로운 시작을 향해 걸어가네 가벼운 발걸음으로
365일 조직이라는 무거운 배를 지휘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과 가족은 뒷전으로 미루어 두었던 고독한 X세대 선장님. 이번 휴가만큼은 일터의 모든 중압감을 덜어내고 오롯이 당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띄워드립니다.
회사가 나 없이 안 돌아갈까 봐 너무 걱정하지 마셔요. 가사 속 이야기처럼, 어쩌면 당신이 믿어주고 자리를 비워주는 그 순간, 주니어들도 바람에 몸을 맡기며 스스로 당당하게 서는 법을 배우게 될 테니까요.
조바심과 통제 욕구는 말끔히 비워내고, 가족과의 웃음과 새로운 소통, 그리고 하루 딱 한 시간 차분히 바카라을 넘기는 깊은 충전으로 나 자신을 온전히 채우고 돌아오는 길.
그렇게 한 층 더 넉넉해진 품과 단단해진 지혜를 안고,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멋지게 "출발"할 당신의 근사한 비움과 채움의 여정, 당신의 충만한 휴가를 응원합니다.
저도 8일간의 충만한 휴가를 마치고 같은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복귀했답니다:)
2026 유소장의 여름휴가 in BA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