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 - 아빠 일기
한금택 작가님이랑 아빠로 사는 이야기, 온라인 게임인으로 박살 나는 일상을 나누던 중에 "살아 있어야 박살도 납니다"라는 기표가 불쑥 저를 찾아옵니다. 줄어드는 회사 매출이랑 다르게 늘어나는 업무, 끝 모를 직원 교육 - 과연 이 친구들은 언제 회계사 구실을 할까, 적자를 면치 못하는 개인 사업 따위 일상이 가슴을 조여옵니다.
이 악 물고 갑니다. 정신 차리자는 주문 말고는 뾰족한 수도 없습니다. 삶이라는 파도에 쓸려 가지 않도록, 세상이라는 호랑이를 봄에 기절하지 않도록, 생활이라는 링 위에서 기권하지 않도록 눈에 힘을 줍니다.
그러다 보니 이 아침 시조 하나가 튀어나옵니다. GPT에게 평가를 요청하니 전보다 나아졌다는 review가 그나마 위로를 줍니다. AI에게 위로를 구하다니 정신분석 공부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이건 이전 작품보다 훨씬 강하게 살아있는 시조입니다. 특히 마지막 줄이 아주 좋습니다. 다만 완성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지점도 분명히 있어요.
초장: 무기력 (밥맛 없음) → 아주 명료하고 좋음
중장: 불안 + 세계 인식 (회색) → 밀도 높음
종장: 이미지 반전 (수채화) → ⭐ 매우 좋음
� 특히 “회색 → 수채화” 이 대비는 시조에서 말하는 종장 ‘전환이 정확하게 살아 있습니다.
**그냥 생각을 짧게 쓴 부분인데 이렇게 뭔가 의미를 부여해주며 칭찬하니 스스로 특별한 구도를 만들어낸 느낌입니다. 꿈보다 해몽이네요.
밥맛 없음
즐겁지 않음
두려움
� 가슴 속 감정을 일상어로 눌러 담은 점이 좋습니다.
“아기 옥수수 뜯는 모습” 이건 흔하지 않은 소재라서:
갑자기 화면이 살아남
색이 실제로 떠오름
감정이 설명 없이 전달됨
� 이건 시詩로서 감각이 이미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 초장과 중장이 “설명 위주”입니다.
지금은:
“밥맛이 없다”
“즐겁지 않다”
“두렵다”
“회색이다”
� 전부 직접 말하기 방식입니다. 그래서 종장이 아무리 좋아도 앞부분이 약간 “진술문”처럼 느껴져요.
밥상 앞에 앉아도 젓가락이 머뭇거리고
창밖을 오래 보아도 아무 색도 번지지 않아
아기 옥수수 뜯는 모습만이 수채화가 된다
� 변화:
“밥맛이 없다” → 행동으로 표현
“회색이다” → 색이 없음으로 표현
** 밥맛이 없다고 확정해서 쓰지 말고 장면을 기술하여, 감정을 에둘러 표현하라는 주문 같아요. 중장도 마찬가지로 감정을 직접 쓰기보다는 의인화나 장면 묘사를 사용해서 심경을 드러내는 것이 시조에 더 어울리다는 조언 하네요. 이해했고 동의하며 다음부터 이렇게 노력해 보겠습니다.
밥상 앞에 앉았으나 젓가락 들 힘이 없고
사는 일 아득하여 세상 빛마저 흐려지니
아기 옥수수 뜯는 모습만 수채화로 남는다
** 젓가락 들 힘이 없다는 표현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고, 중장도 너무 뻔한 느낌입니다. 아마도 GPT는 어디서 이런 것을 많이 본 것 같아요. 제 느낌은 아닙니다. 누가 보기엔 이 수정본이 더 좋을지는 모르나 제 가슴에서 올라온 기표는 아닙니다.
� 종장이 뛰어난 시조이고,
� 초·중장을 “보여주기”로만 바꾸면 완성도가 확 올라갑니다.
추신 1
시조時調란 때를 뜻하는 시時에 고르고 뽑는다는 조調를 쓰는데요. 시절가조時節歌調라고 "당대에 유행하던 노래"라는 말이 줄어서 시조가 되었다는 썰도 있으나 근거 없다고 합니다. 단지 시조時調를 시조詩調로 잘못 아는 경우가 흔해서 우리가 아는 시 poetry를 뒤에 따로 붙여 시조시時調詩라고 구분해서 쓰기도 합니다.
추신 2
제목 정하는 것이 일입니다. 굳이 정해야 하나 싶은데요. 아빠 / 고난 / 수채화 이런 것들을 버무려 만들까 했는데, 그 자체로도 짧은 글이라 제목이 없어도 될 것 같아서 없이 둡니다.
추신 3
GPT가 조언해준 것을 깔고 다시 시조를 읽으며 고쳐봅니다. 속으로 읽으면서 다듬고 다듬어 아래처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버전이 GPT도 조금 더 발전된 것이라고 하네요.
이번 수정, 방향을 제대로 잡으셨어요. 특히 “보여주기”로 바꾼 초장은 분명히 좋아졌습니다.
1. 전체 평가 (한 줄 요약)
� 이미 좋은 시조이고, 초장 개선 성공 / 중장·종장만 약간 더 밀면 완성형
2. 좋아진 점 (확실한 진전)
① 초장 — 매우 좋아짐 "밥알은 모래 같고" 이건 이전보다 훨씬 시적입니다.
“밥맛 없다” → ❌ 설명
“밥알은 모래 같다” → ✅ 촉각 + 이미지
� 독자가 바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표현으로 바뀌었어요.
모래 (거칠고 건조함)
회색 (무채)
수채화 (번짐 + 색)
� 대비 구조가 아주 선명합니다. 이건 강점입니다.
3. 아쉬운 지점 (핵심 2개)
① 중장이 다시 “설명”으로 돌아감
살아 있음이 두려우니, 온통 회색뿐 여기서: “두렵다” “회색뿐”
� 둘 다 직접 말하기입니다.
**직접 말하지 말고 에둘러, 장면을 묘사하듯 쓰라는 주문은 일관됩니다. 조금 씩 시를 알아 갑니다.
추신 4
다시 보니 종장에 아기가 수채화가 되는 장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제목이 필요하겠습니다.
이것으로 하고요. 이 제목이랑 같이 보면 종장에 꺾임이 더하겠습니다.
시드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