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vs 시나리오

합쳐서 시詩나리오

byDreamHunter
image.pngGPT


으앙 음마! 창백한 새벽이 박살 난다
토닥 토닥, 정성을 다해 조각을 붙이니
아침이면 아기랑 아빠는 조금 자라 있다.




모든 것은 습관이라. 요 며칠 시조를 쓰기 시작하니 주력했던 서사글보다 요즘은 더 손이 갑니다. 거창하게 시상이 떠오른다는 건방은 아니고요. 짧아서 좋고 은유랑 환유를 마음껏 인용하니 재미있고 새로운 형식에 맞추어 기표를 다듬고 잘라서 넣는 놀이가 되었습니다.


AI에게 review를 받았는데요. 위 시조는 어제보다 더욱 강력하게 발전된 형식이라고 하니 추가로 그 설명을 여기에 나누지는 않겠습니다. 이제 거의 완성된 시조라고 판명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종장에 "조금"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좋겠다 하여 그것만 수정하고 올립니다.




어제 있던 장면을 제가 쓰던 서사글 형식으로 쓰자면 이렇습니다. 요즘 업무나 사업으로 스트레스가 심한데 누르고 누르다 보니 억압된 불안이랑 공포는 가신 것이 아니라 내 깊은 어딘가에 뿌리를 내려 결국 심장에 무리를 주었습니다. 심박이 불규칙하게 뛴다는 최종 진단 결과를 받았고 약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했으나 최근 스트레스 상황이기에 이 터널을 지나면 나을 것이라 스스로 기대하기에 의지로 이겨보겠다 주치의에게 말씀드렸더니 그것도 방법이라 이겨내시고 혹시 약이 필요하면 바로 연락 달라고 상담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어제는 무슨 일인지 늦게까지 잠들지 않고 장난치는 아이를 겨우 재우고 새벽 내내 악몽을 꾸었는지 비명을 지르며 엄마를 찾는 놈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땀을 빼며 잠을 설쳤습니다. 그 시간에 날 비추던 창백하고 은은한 달빛 한 줄로 또 시조를 썼고요.


아이를 겨우 진정시키고 다시 자리에 누워 시조를 머릿속으로 그리는 연습은 제 고장 난 심장을 달래는데도 효과가 있으니 시를 쓴다는 취미는 저에겐 심장병 치료이며 약을 대신하는 고상한 취미가 됩니다.


처음 시를 구상할 때는 창백하고 은은한 달빛 / 고요한 새벽이 깨지는 장면 / 그 달빛을 홀로 맞는 아빠 / 이런 것들을 주로 생각하여


초장: 엄마~ 엄마~ 애가 울며 새벽이 또 깨진다

중장: 창백하고 은은한 달빛이 나를 비춘다, 내 머리에 그 빛이 떨어진다

종장: 토실한 아기 손이 아침에 더 길어져 있다 / 자랐다 / 성장했다 / 아빠도 아기랑 같이


대략 이런 기표를 사로잡았고 잠드는 내내 이것들을 다듬고 추려서 아침에 눈을 뜨니 시조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서사글도 가끔 이렇게 비몽사몽 꿈속에서 다듬는 경험을 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글은 길기에 자주 경험하지는 못합니다. 반면 시조는 짧을뿐더러 상징계보다는 상상계-이미지계에 더 거하는 형식이라 꿈속에서 편집하게 좋은 구조임을 실감합니다.




지금까지 쓰던 제 서사글은 상세한 설명을 무기로 우리 작가님들이 읽으시기 최대한 편하고 그 안에서 가끔 은유나 환유를 이용해 상상계로 진입을 시도했으니 상징계에서 주로 활동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 여러 작가님들께 조언받은 것처럼 시나리오는 철저하게 특정 화면 구성을 만들어내는 설명서 역할을 해야 하니 기존 제 서사글을 더욱 질서가 잡힌 상징계로 보내야 하는 작업이라 이해했습니다.


그럼 위 시조에서 다룬 장면을 시나리오로 변환하는 일을 해보려 합니다. 시는 상상계를 기반으로 하기에 시를 시나리오로 변환하는 과정이란 달리 말해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넘어가는 일이라고도 표현해 봅니다.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니 더욱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시나리오 변환이 능숙하지 않기에 GPT랑 함께 작업합니다. 초안 녀석에게 부탁하고 상세한 부분만 제가 다듬어 보았습니다.


시에서는 새벽 장면만 다루었지만 시나리오는 다음 날 아침 아빠가 피곤함 덕분에 감정 조절에 실패하여 무의식에 있던 억울함 따위가 뛰쳐나와 사고를 치는 장면을 더했습니다. 시작합니다.


image.pngChatGPT


시나리오로 옮길 때 설명 없이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만 신경 쓰겠습니다.


1막: 새벽

침실

희미하게 푸른 새벽빛. 창문 밖은 아직 어둡고, 방 안은 고요하다. 정적을 찢듯, 아기 (O.S.)

"으앙—! 음마—!"


아기의 울음이 터진다. 그 순간, 창문 너머의 새벽빛이 유리처럼 금이 가며 산산이 부서지는 이미지.


침실 – 계속

침대 위. 아빠가 벌떡 일어나 아기를 안아 든다. 아기는 얼굴이 붉어지도록 울고 있다. 아빠는 서툰 손으로 등을 두드린다.


아빠: (작게) 괜찮아… 괜찮아… (아기를 안아 들고 토닥, 토닥 거린다)


아기의 울음은 여전히 거칠다. 그 사이사이, 깨진 새벽의 파편들이 조금씩 다시 맞춰지는 이미지가 겹쳐진다.

INSERT – 화면

아빠가 아기를 안고 토닥이며 방 안을 천천히 걷는다

작은 스탠드 불빛이 켜진다

분유를 타며 손이 약간 떨린다

아기의 손이 아빠 옷자락을 움켜쥔다


침실 – 새벽 끝

아기의 울음이 잦아든다. 아빠의 어깨에 기대어 아기는 어느새 눈을 감는다. 아빠는 숨을 길게 내쉰다.


침실 –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부드럽게 들어온다. 방 안은 완전히 다른 색이다. 따뜻한 빛. 바닥에 앉아 있는 아빠와 아기. 아기는 이제 웃으며 아빠의 손가락을 잡고 흔든다. 아빠도 따라 웃는다. 아주 잠깐, 둘의 눈이 마주친다.


클로즈업 – 아기와 아빠 말은 없지만, 어딘가 조금 달라진 표정.


내레이션

아침이면 나는 아기랑 조금 자라 있다.

FADE OUT


2막: 균열

아파트 단지 – 아침

햇살은 맑지만, 아빠의 걸음은 무겁다. 셔츠 단추 하나가 어긋나 있다. 넥타이는 느슨하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아빠가 비틀거리듯 들어선다. 거울 속 자신의 얼굴— 어젯밤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다.


지하철 – 출근 시간

사람들로 가득 찬 객차. 아빠는 서서 졸 듯 흔들린다. 손잡이를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휴대폰 배경화면— 아기랑 아빠가 웃고 있는 사진. 아빠는 잠깐 미소 짓지만, 곧 졸면서 눈이 감겼다 번쩍 뜬다. 방송음이 멀게 들린다. "내리실 역은 광화문.."


사무실 – 오전

형광등 아래, 회색빛 사무실. 키보드 소리, 전화벨,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 아빠는 모니터를 멍하니 본다. 커피는 식어 있다. 메일 알림이 연달아 뜬다.


“긴급 수정 요청드린 것 왜 아직도 안 됐나요?”
“오늘 오전 회의 자료 재작성 중이라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빠 눈동자가 흔들린다.


회의실 – 오전

긴 테이블. 상사와 팀원들. 프로젝터 화면에 오류가 있는 자료가 떠 있다.

상사: (날카롭게) 이걸 밤새 검토했다고요?

아빠는 입을 떼려다 멈춘다.

상사: 이건 기본도 안 된 겁니다. 지금 상황이 얼마나 급한지 아시죠?

정적.

아빠: (작게) 어젯밤에… 아이가—

상사: (말 끊으며) 회사에 개인 사정 가져오지 마세요.

공기가 얼어붙는다.

클로즈업 – 아빠의 얼굴. 피로, 당혹, 그리고… 아주 작은 균열.

상사 (계속) 이 상태면 프로젝트에서 빠지시는 게 맞겠네요.

그 순간— 아빠 눈이 달라진다.

아빠: (낮지만 단단하게) 그럼… 빼주세요.

모두가 놀라 아빠를 본다.

아빠: (천천히) 20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졌습니다.

정적.

아빠: 오늘은… 빠지겠습니다.

상사의 표정이 굳는다.


사무실 – 낮

아빠의 자리. 모니터를 켠다. 빈 문서. 커서가 깜빡인다.

타이핑 시작— “사직서”

손이 멈칫한다. 휴대폰을 잠깐 본다. 아기 사진. 아빠의 숨이 길게 고른다.

다시 타이핑.


INSERT – 화면

사직서 … 금일부로 사직하고자 합니다.

프린터가 종이를 뱉어낸다.


상사 바카라상 앞 – 낮

아빠가 종이를 내민다.

상사 (비웃듯) 지금 감정이 이렇다는 거죠?

아빠 (부드럽게 끊으며) 아닙니다.

잠깐의 침묵.

아빠: (또렷하게) 조금 자라서요.

상사: 자라요? 뭐가? (더는 말을 잇지 못한다)


회사 건물 앞 – 오후

유리 건물 밖으로 아빠가 나온다. 도시 소음. 하지만 아빠 걸음은 아침보다 가볍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제와 같은 하늘인데, 다른 색으로 보인다.


클로즈업 – 아빠 손

주머니 속에서 사직서 사본을 구긴다—그리고, 다시 펴서 곧게 만든다.


길거리

아빠가 천천히 걷는다. 휴대폰 진동.

문자: “오늘도 고생했어 :)”

아빠는 멈춰 서서 웃는다. 내레이션


밤새 깨지고 다시 붙인 조각들이

아침에 다시 깨지더라도 이제는 상관없다.

나는 다시 붙일 뿐이다.

세상에 깨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FADE OUT




이렇 시조를 쓰면서도 정신분석을 살펴보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제 머릿속에 늘 글쓰기랑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이 있다 보니 이 둘이 연결되는 듯합니다. 글을 쓰는 중에 묘미는 상징을 기반으로 하는 서사글에 상징계가 잠시 나타나는 부분이고,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시에서는 자세한 장면 이미지를 만드는 순간인데요. 상징을 다루는 서사글은 많이 썼으니 환상을 다루는 시를 연습하는 것은 작가인 저에게 큰 공부가 됩니다.


작가로서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일상이 앞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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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

시 제목을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는데요. <아빠 일기 2>라고 하면 너무 성의 없어서 <아이가 자라는 길> 혹은 <아기는 어떻게 자라는가> 이런 정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추신 2

AI는 시나리오를 만들라면 나래이션을 항상 넣는데요. 저는 이게 반칙이라고 생각해요. 가령 마지막에 아빠가 "세상에 깨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확신을 가지게되는 부분 역시 장면으로 표현을 해야지 이걸 그대로 읽으라고 시키면 그냥 원작 소설을 읽지 뭐하러 영화를 보나요.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우선은 AI 버전을 최대한 따랐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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