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완성되지 못한 바카라 한 권

그날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by더블와이파파

평생교육원 전자바카라 수업의 또 한 기수를 마쳤다.


수강생 중에는 매번 꾸준히 참석하셨지만, 끝내 바카라을 완성하지 못한 분이 계셨다.

그분은 암 투병 중이셨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과정을 기록해 같은 아픔을 겪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셨다.

가족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다.


마지막 수업 날,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진도를 더 나가지 못하고 계세요?”


그분은 한참을 망설이다 말씀하셨다.

“쓰다 보니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요. 계속 눈물이 나와서요.

그리고 지금의 마음이 나중에 바뀔까 봐서요. 더 이상 진도를 못 나가겠어요.”


그 말을 듣고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그저 눈빛으로, 마음으로 응원해 드릴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돌아서시는 그분의 뒷모습을 보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넸다.

“괜찮아요. 꼭 끝까지 쓰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의 마음, 그 자체로 귀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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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하고 돌아서는데 마음 한편이 오래 먹먹했다.


나는 늘 수강생들에게 끝까지 써야 한다고 말해왔다.


한 문장이라도 더 쓰고,

한 페이지라도 더 채워서

결국 한 권의 바카라을 완성해야 한다고.

그런데 그날은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모든 글이 반드시 바카라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쓰다가 멈추는 것도 글이고,

눈물 때문에 한 줄을 더 쓰지 못하는 것도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는 시간이니까.


그분은 이번 과정에서 바카라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쩌면 누구보다 진실한 글을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글.


어쩌면 글쓰기의 끝은

바카라 한 권을 완성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는 데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업은 끝났지만 그분께 끝까지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쓰고 싶은 마음이 다시 찾아오는 날,

언제든 다시 시작하셔도 된다고.

그때도 내가 곁에서 도와드리겠다고.


돌이켜보면 그날의 나는 조금 뿌듯했다.

내가 잘 가르쳤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경험과 시간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바카라 한 권을 완성하는 것만이 글쓰기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때로는 한 사람의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잠시 곁에 있어주는 것.

그것 역시 글쓰기 선생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그분의 바카라이 세상에 펼쳐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날에는 누구보다 반갑게, 그분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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