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말금의 흐느적거리는 그 춤씬
<모자무싸> 어제 안 봐야지 했다가, 결국 핸드폰으로 누워서 본방사수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강말금 배우를 본 날이었다. <경도를 기다리며> 클립에서 잠시 봤던 배우다. 그때도 강단 있다 싶었는데 어제 보고 완전 반했다. 특히나 흐느적거리며 춤추는데 와우 싶더라. 전문 댄서의, 혹은 이씬을 위해서 미친듯이 연습한 그런 거 아니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개박쳐서 정말 할 말이 없어서 흐느적거리며 추는 춤이었다. 인간 말종에게 기어코 손절을 한 자신을 칭찬하는 춤이었고, 그동안 고군분투했던 자신을 인정하는 춤이기도 했다. 진짜 몰입되더라.
한국영화진흥원의 국가지원사업이 드라마에서 나온다. 강말금(고혜진 역) 회사 고박필름이 영진원에서 사업이 선정되었다. 시나라오 공모전에서 1등 한 작품을 제작하는 사업이다. 이 작품을 잘 만들기 위해서 성동일(강노식 역)을 섭외하기 위해서 최필름 대표(최원영, 최동현역)에게 부탁한다. 이 과정에서 시나리오를 읽고는 탐낸다. 인맥과 자본, 그간의 입지로 감독도 샤바샤바해서 고박필름 강말금에게 같이 하자고 한다. 수익 9:1로.
수익 9:1. 당연히 고박필름이 9이겠지 하겠다만 아니다. 1. 지원사업 30억 포기하고 자신이 투자해서 하면 그것보다 더 많이 돈 벌게 해 주겠다는. 감독도 최필름이랑 하겠다고 한다는. 역시나 초록은 동색이라고. 거지 같은 제작자 옆에, 거지 같은 감독이 붙고, 거지 같은 배우가 붙는 법이다. 강노식(성동일)도 이 바닥에서 한가락하는. 어떤 의미든.
이 쓰레기 같은 제안을 거절하고 흐느적거리는 춤을 자신의 아지트(바)에서 춘다. 독한 위스키 한 잔 마시고는 텅 빈 바에서 남편과 선배 한 명 있는 그 자리에서 춤을 추는데... 독보적이었다. 영혼이 나간, 너무 기가 차서 무슨 말조차 하고 싶지 않을 때 나오는 그런 춤이었다. 드라마에서는 길게 나온 씬은 아니었다만 이 짧은 춤신을 위해서 얼마나 고뇌했을까, 싶어서 울컥했다. 저 쓰레기 같은 인간들과 그동안 말 섞고 산 자신이 얼마나 처참할지. 또 얼마나 환멸스러울까.
인간 세상사가 사실 다 인간관계로 엮이지 않나. 그 안에서 먹고살기 위해서 얼마나 얼척같은 일이 생기는가. 하기 싫어도, 혹은 자기 스타일 아니더라도 그냥 속에서 꿀꺽 한 번, 밖으로 꿀꺽 두 번 하면서 우리는 일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을 얼마나 많이 묶어두지 않나. 오죽하면 거절하는 법을 다 가르치고, 내 안의 인정지수를 위해 얼마나 많이 스치는 예스를 하고 사는지. 그렇게 사는거지.
남이 차려둔 밥상에 자신의 자본 혹은 자신의 인프라를 내세워 9:1로 협상 카드를 내밀고, 그리고는 부끄러운 줄 모르는. 저 천박한 인간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깔끔히 포기하고 돌아와 흐느적거리는 춤을 추는... 그 씬 보는데 눈물이 났다. 그게 애달파 나는 가슴이 아팠다. 박해영 작가의 글이, 시나리오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고박필름의 대표 고혜진은 자신의 선택에 어떤 마음이 들까. 그냥 처연하다는 것만.
다음 날 영진원 찾아가 사업포기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다시...일의 기회를 잡아서 불쌍한 영생을 돕자는 마음이 드는데...그 안에서 풀어갈 강말금의 캐릭터 해석이 또 궁금해진다. 오죽하면 출근 전에 이 글을 쓰면서...어제의 드라마를 복기할까. 사실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 어디에든 있지.
다음 주 기다리며 강말금 덕질의 시작인가 싶다. 배우 덕질은 처음이지 말입니다.
#모자무싸 #강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