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권력이 될 때 10

언어교정주의, 이념의 과잉

by신동일

1. 쉽볼렛이 된 언어교정주의


걸그룹 리센느의 한 멤버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무섭노"라는 한마디가 정치권까지 뒤흔들었다. 동남 방언 특유의 자연스러운 어법이라는 해명에도, 일각에서는 이를 극우 커뮤니티의 조롱성 어미로 단정했다. 급기야 조국 전 대표까지 나서 ‘부산 사투리 구별법’을 강의하듯 "표준말 뒤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면 일베"라며 정치적 훈수를 뒀다. 문장 끝에 붙은 단 하나의 음절이 누군가의 도덕성과 정치 성향을 판가름하는 절대적 표식이 된 것이다.


이 기이한 소동은 구약성서 사사기 12장의 ‘쉽볼렛(Shibboleth)’ 사건을 연상시킨다. 요단강 나루터를 점령한 길르앗 사람들은 도망치는 에브라임 사람들을 색출하려고 '곡식 이삭'을 뜻하는 단어 '쉽볼렛'을 발음하게 했다. '쉬(sh)' 발음을 제대로 내지 못해 '십볼렛'이라 답한 에브라임 사람 4만 2천 명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발음 하나로 적과 아군을 가르던 고대의 칼날은 21세기 디지털 공론장에서 더욱 날카롭게 제련되어 유통되는 듯하다. 쉽볼렛이란 용어는 지금도 서구에서 특정 집단의 소속을 엄중하게 가려내는 판별 어휘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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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쉽볼렛의 디지털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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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 in 언어, 평가, 권력, 슬롯: 자유, 사랑, 존귀한 삶의 양식을 복원 중인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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