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권력이 될 때 11

<나는 솔로>를 여전히 보는 이유

by신동일

1. 사라져가는 ‘말의 잔치’를 찾아서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힐바카라이 넘친다. 출연자를 희화화하고, 갈등을 부풀리고, 사적인 감정까지 볼거리로 소비하며, 도파민을 자극하는 편집이 못마땅하다는 비난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는 솔로〉를 챙겨 본다. 예측불허의 캐릭터들이 플롯을 끌고 가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남녀 출연자가 마주 보며 필사적으로 말을 주고받는 대화 장면이 보기 좋아서다.


그곳에서는 상대의 눈을 빤히 바라보며 온갖 표정과 몸동작을 동원해 말하고, 듣고, 또 반응한다. 모르면 묻고, 얽히면 해명한다. 좋아서 웃고, 어색해도 웃는다. 편집된 장면이겠지만 화면 가득 말의 향연이 쉼 없이 이어진다. 투박하고 어리숙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고 그립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이제 우리 일상에서 멸종되어 가는 희귀한 언어 경관이기 때문이다.


나는 솔로.png


2. ‘의미의 협상’이 사라진 디지털 사일로


어디에서 그런 대화의 풍경을 마주할 수 있을까? 도심의 카페나 대중교통, 혹은 대학 강의실만 둘러봐도 우리는 물리적으로만 곁에 있을 뿐, 각자의 알고리즘에 유폐되어 있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 화면을 자꾸만 들여다보는 만큼 시선과 호흡이 교차하는 신체화된 대화는 증발한다. 주의력마저 외주화한 우리는 서로 다른 대화의 결을 감내하는 요령조차 잊어버린 채 하루의 대부분을 ‘디지털 좀비’처럼 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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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 in 언어, 평가, 권력, 슬롯: 자유, 사랑, 존귀한 삶의 양식을 복원 중인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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