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권력이 될 때 6

영화 <Flow>

by신동일

1. 인간이 증발하고, ‘말’이 들리지 않는 세계


영화 <플로우>는 갑작스러운 홍수에 잠긴 세상을 비추며 시작된다. 고요와 함께 공포가 밀려온다. 물에 잠긴 건물, 버려진 조각상, 주인 없는 돛단배. 문명의 흔적은 역력하지만 그것을 만든 인간은 사라졌다. 돛단배에 겨우 몸을 피한 고양이는 그곳에서 여우원숭이, 카피바라, 리트리버, 그리고 커다란 새 한 마리를 만난다. 이들 사이에는 공통 언어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를 읽고, 충돌하고, 협력하며 결국 함께 살아남는다.


90분 러닝타임 동안 들리는 소리라고는 주인공 고양이의 야옹거림, 카피바라의 그르렁, 혹은 밀려오는 물소리뿐이다. 인간의 소리가 소거된 이 영화가 내게는 ‘인간 언어의 부재가 결코 소통의 부재가 아님’을 입증하는 거대한 실험실로 보였다. 인간의 언어 없이도 언어가 하는 일이 모두 일어났다. 나는 두 시간 동안 조금도 지루하지 않았다. 긴장했고, 안도했고, 먹먹했고,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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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중양식성’이라는 풍요로운 언어


이 영화는 우리가 '언어'라고 불러온 것의 경계를 대담하게 허문다. 몸짓, 시선, 거리, 움직임의 속도와 등을 돌리는 방향까지. 이 모든 것이 얽혀 하나의 정교한 의미망을 만들어낸다. 의미는 말과 글만으로 빚어지는 것이 아니다. 표정, 제스처, 공간 배치와 소리의 질감이 결합하여 하나의 ‘텍스트’를 구성한다. 사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이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언어’라는 권력 질서에 가려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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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er in 언어, 평가, 권력, 슬롯: 자유, 사랑, 존귀한 삶의 양식을 복원 중인 Chris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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