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화 된 일상의 무게들

남발되는 표현들에 대한 단상

예전에는 차라리 몰라서 넘겼을 것들, 무던하게 지나갔을 것들이
너무 많이 키워드화 되어서 우리 개개인을 짓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다정하고 무해한 관계가 최고고 아니면 손절이 짱이라는 이 시대는 그럼 인간이 더는 외롭지 않은 시대일까. 정말로 무해하기만 한 사람이 존재하기나 할까. 새겨지는 상처를 기꺼이 허락하는 것 위에 친밀한 관계가 맺어지는 것은 아닌 걸까. 다정은 배려와 희생으로 점철되어 날 편하게 해주는 상대의 손해와 최선은 아닐까.

자아가 비대하다, 트라우마가 있다, PTSD 온다, 가스라이팅이다... 이런 말이 너무 남발되고 있는 슬롯는 아닐까.

어제 초 5학년~중3학년까지 아이들에게 특강을 했는데, 한 친구가 말했다.

"친구들 상담을 평소에 많이 해주는데 제가 감정쓰레기통이 된 것 같기도 하고 필요한 존재 같기도 하고 오묘해요."

나는 저 시절에 감정쓰레기통이라는 규정 자체를 하지 않고 살았다. 저걸 아는 게 힘인 걸까, 모르는 게 약인 걸까. 저 시절에 아는 어휘는 저 시절다운 게 좋은 게 아닐까. 어쩌면 내가 저 시절을 너무 어리게 취급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