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를 준다

by육아빠휴게실


가까워질수록 커지는 기대




사람은 멀리 있는 사람에게는 쉽게 상처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장 깊은 상처는 가까운 사람에게서 옵니다.

그래서 관계는 이상합니다. 더 가까워지면 더 행복할 것 같지만, 때로는 그 가까움이 관계를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만난 동기들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시기도 비슷했고, 부모가 처음이라는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새벽 수유에 지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가 열이 나면 서로 걱정했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하면 정보를 나눴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놀러 다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보다 부모끼리 더 가까워졌습니다. 부부끼리 만나 저녁을 먹고 가끔 술 한잔 기울이며 육아와 사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우리는 오래 함께 할 인연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자주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 가족이 사는 아파트 근처로 이사까지 했습니다.
가까워지면 더 좋은 관계가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도 반가웠는데, 가까워진 뒤에는 자연스럽게 만남이 잦아졌고, 그만큼 기대도 커졌습니다.

'오늘은 왜 연락이 없지?'

'다른 가족과 먼저 만났네.'

'가까운데도 안 부르네.'

작은 서운함들이 하나둘 쌓였습니다. 결국 어느 순간 마음이 멀어졌고, 지금은 서로 연락하지 않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가끔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웃던 시간도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웃고 넘겼을 말도 가까운 사이라는 이유로 서운함이 되었고, 작은 오해도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결국 물리적인 거리는 가까워졌지만 마음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졌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가까워지면서 커지는 기대였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는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랍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길 원합니다.

조금은 나를 먼저 생각해 주길 기대합니다.
하지만 상대도 똑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하루를 살아내기에도 바쁜 사람입니다.
기대는 커질수록 실망도 함께 커집니다. 그래서 가까운 관계일수록 상처를 더 많이 받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관계를 오래 이어가는 사람들은 적당한 거리를 잘 지킵니다.

보고 싶을 때 만나고, 필요할 때 연락하고, 서운함보다 고마움을 먼저 표현합니다. 관계를 억지로 붙잡지 않습니다.

조금 떨어져 있어도 믿고, 잠시 연락이 없어도 기다립니다.

그 여백이 관계를 숨 쉬게 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손으로 모래를 꽉 움켜쥐면 더 빨리 빠져나갑니다. 조금 힘을 빼면 더 오래 손안에 머뭅니다.

관계도 비슷합니다.

가까워지려는 마음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너무 가까워지려는 마음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불안을 채우려는 마음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육아빠휴게실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아이를 키우며 배움을 만났습니다. 함께 흔들리고, 함께 자라며, 아빠의 마음을 기록합니다. 이제 작가로서 첫발을 내딛습니다.

124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3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1화보통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