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편하지 않을 수 있다
가족이라는 말은 가장 가까운 거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혈연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고, 같은 명절을 보내도 마음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볼 수 있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작은 균열은 오래 남는다.
어느 가족의 풍경이다.
누나와 동생은 오래도록 잘 지냈다. 부모님 생신이면 함께 웃었고, 명절이면 아이들 웃음소리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늘 당연한 것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시간은 아이들을 먼저 자라게 했다.
누나의 딸과 동생의 아들은 자주 부딪혔다. 아이들은 금세 울음을 그쳤다. 어른들은 그러지 못했다. 아이들의 다툼은 부모의 마음으로 옮겨갔고, 형제는 부모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 번의 선택이 관계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갈등 끝에 장모님은 아들과 며느리 곁에 섰다. 누군가를 버리려는 선택은 아니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자주 마주할 현실을 선택했을 뿐이다. 가족 안에서도 선택에는 무게가 있다.
딸도 그 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이해는 했지만 편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마음이 닿지 않았다는 감정이 오래 남았다. 사람은 사실보다 감정을 더 오래 기억한다.
그 뒤로 전화는 뜸해졌다.
명절에도 발걸음은 줄었다. 연락처는 그대로였지만 안부는 오가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남아 있었고, 관계는 조용히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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