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zza: The Song of Beelzebub·2026》
'타짜: 벨제붑의 노래'(이하 ‘타짜4’)는 '타짜'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온라인 카지노 사업으로 세상을 다 가진 줄 알았던 장태영과 그의 모든 것을 빼앗은 절친 박태영의 복수극을 그렸다.
4부 ‘벨제붑의 노래’는 주인공을 타짜 시리즈답지 않게 하류인생으로 그리지 않는다. 장태영(변요한)은 엄친아 중에 엄친아다. 박태영(노재원)도 천재 도박사로 호적수로 등장한다. 4부 ‘벨제붑의 노래’에 토대를 둔 ‘타짜4’는 시리즈 전작과는 노선부터 다르다. 1편의 섯다, 2편의 화투, 3편의 포커에서 4편은 텍사스 홀덤을 두고 글로벌하게 규모를 키웠다. 누아르의 요소가 강한 기존 세계관을 계승하면서도 강력한 악역을 내세웠다. 1,2편의 아귀, 3편의 마귀가 조연에 불과했다면 박태영은 투 톱 주연급이다.
그리고 문지훈(스윙스)가 캐스팅되었을 때 살짝 우려했지만, 생각보다 찰떡같이 배역에 녹아들었다. 미요시 아야카 배우는 처음 봤는데 예상보다 비중이 크고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윤경호, 조우진 같은 감초들도 제 역할을 했다.
살짝 아쉬운 점은 변요한에 비해 노재원이 맡은 빌런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질투와 열등감에 잠식된 박태영은 찌찔하고 인간적인 악당인데, 너무 단조롭게 표현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평면적이었다. 3장에서 이렇게 된 원인을 말씀드리겠다.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두 '태영' 즉 장태영(벨제붑)과 박태영(루시퍼) 두 친구의 우정과 배신, 그리고 복수라는 직관적인 테마에 진척한다. 그런데 우리가 자주 보던 재벌 드라마의 왕도를 따라간다. 활활 불타오르는 원작의 복수심이 기업 드라마를 만나 차갑게 식었다고 할까? 이 복수극은 지나치게 쿨하다. 한국 영화·한국 드라마에 익숙한 복수극이 펼쳐지기에 몰입이 쉽지만, 금방 전개가 예측되는 단점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허영만의 4부가 알렉상드로 뒤마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대표되는 복수 소재의 통속물적 '재미'를 추구했기 때문에, 원작의 위용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작대로 두 천재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한 카지노와 범죄조직들을 대동하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익살스러움이나 완급조절 없이 규모를 키우다보니 아기자기한 맛이 사라졌다.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홍콩 카지노 영화로 비유할 수 있다. 나락에 떨어진 주인공이 사부를 만나 복수를 꿈꾸는 타짜 시리즈의 줄거리를 따지고 보면 무협지의 영향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4부 ‘벨제붑의 노래’도 홍콩 카지노 무비의 영향이 강하다. 조직 간의 암투를 그리는 방식이나 의리를 저버린 친구를 응징하는 구도가 똑 닮았다.
단 하나 달라진 점은 도박 승부에서 플랍, 턴, 리버 등 심리전 위주로 전개된다. 특별한 도박 기술을 보여주지 않는 점이 〈도신〉, 〈지존무상〉이랑 달랐다. 도박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을 배려해서 상대의 패를 끊임없이 읽고 속이는 전략적인 행동에 초점을 둔 것 같다.
2, 3편이 망한 건, 도박범죄영화의 정석을 보여준 1편을 흉내 내다가 자멸한 측면이 컸다. 최국희 감독도 그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1편풍의 비슷한 결의 대사를 외국어로 한다고 해서 관객이 모를 수가 없다. 결론적으로 ‘타짜4’은 소재인 도박을 깊이 탐구하기보다는 한국형 복수극의 전형을 따라가면서 2시간 동안 관객의 시선을 빼앗는 목적에 충실한 작품이다.
원작 4부 ‘벨제붑의 노래’가 기승전결이 탄탄한 만큼 각색에 신경썼어야 했다. 기계적으로 인물들의 서사가 압축되기만 하니까 그 복수심이 두루뭉실하게 깎여서 나왔다. (원작을 따라가기 급급한 각색 때문에) 초반에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다가 중반부터 ‘배신과 복수’의 테마가 뚜렷해진다.
이럴 바에는, 명대사나 시퀀스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두 태영 간의 ‘배신과 복수’에 사활을 걸었어야했다. 그 갈등 구조가 싱거우니까 이국적인 풍광과 훌륭한 세트 미술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 (2.5/5.0)
Good : 허영만 화백의 탄탄한 원작
Caution : 통쾌하지 못한 복수극
●4부에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중요하게 사용되는데, 저작권 때문인지 빠져서 아쉬웠다.
●연출에서 안일함이 드러나는데, 휴대폰 잠금도 애인 사이니까 그렇다고 쳐도 카톡으로 살인청부업자랑 소통하는 모습에서 실소가 나왔다. 원수의 신문 기사를 벽면에 붙여두고 복수심을 다지는 장면에선 손발이 오글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