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은 우연으로 남아 있을 때 더 아름답다
만들어낼 수 없는 순간들에 대하여 우연을 기획할 수 있을까. 어떤 이의 낭만적인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는다. 우연이란, 뜻하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인과를 따지지 않아도 되는 순간,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은 장면. 그렇다면 그것을 기획한다는 말은 어딘가 어긋난 문장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가끔 우연을 만들어내려 한다. 우연히 마주치기를 바라며 같은 길을 걷고, 아무 일도 없을지 모르는 장소에 이유를 붙여 찾아간다. 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우연일까. 어쩌면 그것은 우연을 닮은 선택일 뿐인지도 모른다.
우연의 낭만은 예상할 수 없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하고,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마음에 남겨둔다.
기획된 장면은 안전하지만, 우연한 장면은 오래 머문다. 우연을 만나기 위해 어딘가로 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는 끝내 알 수 없다.
어쩌면, 우연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다 문득 우리 앞에 놓이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