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랐지만 같았다

낯선 도시였다.

그저 설레는 마음 하나로 그 도시를 걸었다. 계단을 오르고, 육교 위에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본 건물들의 불빛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다. 차갑게 반짝이는 불빛이 아니라, 꼭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듯한 포근한 빛. 마치 그 불빛들이 조용히 나를 비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 우연히 한 아이를 보게 되었다.

고등학생쯤 되었을까. 축 처진 어깨는 금방이라도 바닥으로 꺼질 듯했고, 그 모습엔 이상하게도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왜였을까 생각해 보면, 어쩌면 그 아이 안에서 지쳐 있던 나의 시간을 보았던 것 같다. 희망이 잘 보이지 않던 날들의 나를.


그래서였을까.

그 아이에게 괜히 따뜻한 사탕 하나라도 꼭 쥐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건네고 싶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같겠지만, 언젠가 너도 저 불빛들처럼 분명 환하게 빛나는 사람이 될 거라고.’


물론 너무 오지랖 같기도 했다.

결국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한 채, 마음속으로만 조용히 응원하며 그 길을 지나왔다.


같은 공간 안에서 숨 쉬고 있어도 사람들은 모두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서로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다름 속에는 묘하게 닮아 있는 마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완전히 모르는 타인이 아니라, 어쩌면 서로의 시간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 마음을 알기에, 보듬어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런 작은 마음 하나가 결국 누군가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용기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가끔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은 여전히 따뜻한 곳이라는 것. 아직은 살아볼 만한 곳이라는 것을. 그날 밤의 불빛들이 조용히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