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훈련으로 감각 열기 훈련을 자주 했다.
몸의 감각을 깨우고, 주변의 소리를 듣고, 눈으로 바라보고, 지금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알아차리는 연습이었다. 그렇게 감각을 열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몸의 상태를 계속해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다 보니 문득 알게 되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많은 것들을 회피하며 살아왔구나. 느끼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했고, 생각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마주하지 않으면 조금은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감각을 여는 훈련을 지속하면서부터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몸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이 불편한지,
무엇을 피하고 싶은지를 조금씩 알아차리게 되었다.
감각이 열리니 오히려 보이지 않던 나의 태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존재한다.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껴야 하는 것은 아닐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순간에는 마주해야 하는 일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매 순간 이 지점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익숙한 방어기제가 ‘회피’라는 사실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물론 사람의 태도를 하나의 방어기제로만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대체로 회피를 선택해왔다. 예전에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삶을 조금 더 살아보면서 그 회피 역시 그때의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무조건 없애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때로는 물러나는 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일 테니까. 다만 중요한 순간마다 회피하려는 나를 발견할 때면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지금 내가 피하려는 것은 정말 나를 지키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마주하기 두려워서 피하고 있는 것일까.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회피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불편해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한 걸음 마주해보는 것.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을 때 그것이 결코 편한 길은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조금씩,
그렇게 조금씩.
내 감각을 통해 나를 알아차리고,
나를 이해하고,
필요한 순간에는 한 걸음 내디뎌볼 용기를 가져본다.
오늘도 그렇게 조금 나아져보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