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우린 항상 아침 인사로 좋은 아침~ 이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곤 하지.
좋은 아침.
정말 좋은 아침이라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오늘만큼은 좋은 하루가 되길 바라는
작은 축복인지.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몰라도
우리는 버릇처럼 그 말을 건네곤 해.
누군가에겐 그 인사가
가장 듣기 힘든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까맣게 모른 채 말야.
"마누라 잘 잤어? 좋은 아치..."
"어.. 좋은 아침.. 아저씨 잘 잤어...?"
새벽 6시, 아침 일찍부터 눈이 퀭한 상태로
침대 끝에 앉아있던 엄마.
"...안 잤어..?"
"..."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멍한 표정.
부스스한 머리에 눈동자는 이미 초점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것 같은 모습이었어.
"마누라? 저기? 야!"
"어? 어.. 밥.. 밥 먹어야지?"
"됐어. 요즘 왜 그래? 정신 나간 사람처럼.
무슨 일 있어?"
아빠가 물어보는데도 대답도 안 하고
거실로 나가는 엄마.
"미진아? 야!"
"어? 어? 불렀어?"
"... 괜찮은 거 맞지?"
아빠의 질문에 겨우 입꼬리를 올리며
힘겹게 웃던 엄마였어.
"그럼.. 안 괜찮을 건 뭐야.. 씻고 와"
엄마의 말에 걱정은 잠시 넣어두기로 하고
욕실로 향했지.
따뜻한 물줄기가 몸에 투툭 떨어지는 게
11월의 아침 한기에 잠시 얼어있던 몸이
살살 녹아 내리는 게...
더 자고 싶더라..
"야! 왜 그러는데 정말!"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는데
안방 쪽에서 엄마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 소리가 들리는 거야.
"왜? 미진아 무슨 일이야!"
방에 들어갔을 때.
엄마 옷을 잡아당기며 우는 도윤이와
꽁꽁 싸인 채로 목 놓아 울고 있던 도아.
그리고...
"도리야.. 나..."
아빠를 보자마자 눈에 눈물이 고이던....
"나.. 진짜 못하겠어.."
그 옆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엄마였지..
아비규환 같은 그 상황에서.
뭘 먼저 해야 할지 고민했냐고?
아니.
그냥 몸부터 움직였던 것 같아.
도아부터 풀어헤쳐서 기저귀를 갈고.
안아달라고 울고불고 난리 치는 도윤이를
들어올리고..
생각해보니까..
엄마한텐 괜찮냐는 말 한마디
괜찮다는 웃음 한 번조차
못 건네줬었네...
그렇게 겨우 너희들 울음소리가 잦아들 때쯤
엄마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향했어.
'하아.. 전쟁이 따로 없네..'
다시 잠든 너희들에게 이불을 다시 예쁘게
덮어주고 거실로 나오는데
아무 말 없이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엄마가 보이는 거야.
"응? 뭐해? 밥 해준다며?"
"..."
"밥 안 해줄 거야? 나 배고픈데?"
일부러 그랬지. 분위기 좀 바꿔볼까 해서 말야.
그런데..
"사 먹어.."
"에이~ 돈이 얼만데~ 당신이 해주는 게
더 맛있지~"
"그럼 먹지 마! 굶어! 내가 식모야?"
"..."
눈까지 질끈 감으며 소리치는 엄마.
아니, 근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어이가 없는 거야.
도윤이랑 도아 우는 거 달랜 것도 아빠고
재운 것도 아빠고...
밥.. 그거 안 먹어도 상관없었어.
그냥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분위기 바꿀 겸 건넨 말이었는데...
너희들이 봐도 너무한다고
생각되지 않니?
"아 왜 이래 아침부터?"
"아침부터 뭐? 나 힘들어.."
"어? 왜? 뭐가 힘든데?"
"도윤이도 힘든데 도아까지.."
"야아~ 나도 힘들다.
아침 일찍 회사 가고, 기 빠져서 돌아오면
애들 울고"
"..."
"새벽에는 또 좀 울어? 그것 때문에 자꾸 깨고.."
"당신 깨는 것만 중요하고 그 자리에서
누가 뭘 하고 있었는진 안 보여..?"
"너 되게 웃긴다. 넌 엄마잖아. 거기다 넌 집에 있잖아.
그러면 나 좀 도와줘야 하는 거 아냐?"
"도와주는 거.. 당신이.."
"엄마가 쉬운 줄 알았어? 아내가 쉬운 줄 알았냐고..
다들 그렇게 살아."
"당신 정말 못됐다.."
"내가? 왜? 우리 남들 안 하는 거 해? 아니잖아.
다들 그렇게 애 키우고, 집안일하고 그렇게 살아."
"알았어."
"하아.."
또 말없이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던 엄마.
10분...
20분...
거실에 주저앉아 얼마나 기다렸을까?
열리지 않는 화장실 문만 애타게 쳐다보다가
결국 출근 시간이 다 되서야 일어났어.
/똑똑/
"나 다녀올게.."
/쏴아아아/
결국 그날 아빠는 엄마의 대답 대신 들려오는
물소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섰어.
"좋은 아침! 아딸이 아빠~ 두 아이 아빠 되더니
어깨가 더 무거워졌나 봐? 이제 지각 안 하는 거야?
담배 폈어? 흡연실 안 가?"
"좋은.. 하아.. 아딸이는 뭐야?"
"아들~ 딸! 줄여서 아딸이! 요즘 줄여서
말하는 게 유행이래. 훗.. 나란 여자. 제법 유행에
민감하거든~"
"너 오늘 왜 이렇게 텐션이 좋냐?"
출근하자마자 옆에 붙어서 재잘대는 정현이.
출근하자마자 배가 고파서 전에 본가에서
받아온 미숫가루나 타 먹을까 싶어 들어간
탕비실까지 따라오며 쉬지 않고 말을 해대는
정현이었어..
"안녕~ 정현이 텐션은 우리 회사 탑 아니었나?"
뒤따라 들어오는 민차장.
"아니~ 흡연실 안 가냐고"
"아 왜? 넌 비흡연자가 왜 자꾸 흡연실 타령이냐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거 모르냐고"
"내가 강남 갈지 강북 갈지 어떻게 아냐고"
"그래도 따라간다고!"
머그잔에 뜨거운 물을 받고는 티스푼으로
살살 젓던 민차장. 우리 대화를 듣고 살짝
웃음이 터지더라..
"아 어디 가냐고오!"
"흡연실 간다고 따라오지 말라고오!"
혹 정현이가 따라올까 부리나케 빠져나온 사무실.
흡연실로 향할까 하다가 옥상으로
발걸음을 돌렸어.
사실 좀 혼자 있고 싶었거든.
담배에 불을 붙이고 힘차게 빨아들인 뒤
한숨과 함께 내뱉었지.
그리고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핸드폰을 꺼내
손에 꼭 쥐었어.
'밥은.. 먹었으려나..'
전화를 걸어볼까..
애들은 이제 좀 안 우냐고 물어볼까.
애들 자면 지금이 기회니 조금이라도 자라고
얘기해볼까
아침엔..
내가 좀 심했다고 사과할까...
"아 뜨거! 아오..."
몇 번이나 핸드폰 화면을 껐다 켜기를 반복했는지.
이미 다 타버린 담배에 열 때문에 뜨거워진 필터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어.
'하아.. 됐다.. 틀린 말 한 건 없잖아..'
/"당신... 정말 못됐다..."/
충혈된 눈으로 눈물을 머금고 아빠를 쏘아보며
말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른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 아빠였어.
'아니 그렇잖아. 우리 엄마도,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러고 살아왔고 살고 있잖아. 뭐가 문제야?'
아빠는 아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었어. 나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말이지..
그런데 말이지.
지금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야.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니..?
'그리고. 나도 고생한다고..
나도 힘들어 죽겠다고..'
길 가다 돌부리에 넘어져 울고 있는 아이는
못 본 체 놔두고.. 돌부리가 왜 거기 있어야 했는지
그 이유만 만들고 있었고, 합리화하고
있었어.. 그때의 아빠는 말이지..
"찾았다! 니가 숨어봐야 이 회사 안이야~
내가 못 찾을 줄 알았어? 후우.. 담배 하나 줘봐..
사람들이 왜 담배를 찾는지 알 것 같네.."
"진짜 주냐?"
담배갑을 여는 아빠를 보더니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 치며 아빠에게 달려드는
정현이.
"어? 아니아니~ 말이 그렇단 얘기지.."
"뭐래.. 나 하나 더 피우려고 연 건데.."
"... 너.. 많이 컸다...?"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는데 직원 세 명이 담배를
피우려는 건지 옥상으로 올라오더라고.
"어? 도대리? .. 정현이랑 같이 있네?"
"너네 너무 붙어 다니는 거 아니냐~"
"어? 너네 혹시... 도리야 그러면 안 된다.
애들을 생각해야지"
아무래도 이성 친구라 그런가.
정현이와 같이 있으면 항상 저런 반응들이었어.
뭐, 정현이랑은 친구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에
서로 별 신경은 안 썼지만 말야..
"도리야.. 내가 유부남이나 꼬실 정도로
그렇게 남자 궁하게 생겼어...?"
"엥?"
"아니면.. 겨우 너따위 꼬시려고.. 하아..
남자친구도 없이 이러고 있는 걸로 보이나.."
"... 이 새끼 이거.. 나 멕이는 거였구만..."
그날의 승부는 정현이의 승으로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지.
"엥? 연차? 갑자기?"
아무래도 엄마가 너무 걱정돼서
도저히 안 되겠는 거야.
옥상에서 내려오자마자
팀장님을 찾아갔지.
"네. 어려울까요...?"
아빠의 말에 몸을 살짝 틀어
바카라상 모퉁이에 있는 탁상 달력을 쳐다보며
잠시 동안 조용히 중얼거리시던 팀장님.
"그러니까.. 이때부터.. 이때까지.."
"아니요.. 보고 계신 건 다음 주고
저는 내일부터.."
아빠를 한 번 힐끔 쳐다보시던 팀장님은
다시 몸을 고쳐 앉으시고는 말을 이으셨어.
"아니 뭐 연차야 네 거 네가 쓰는 건데.."
"지금 일단 급한 일은 없습니다."
"..."
투시라도 하는 듯 아빠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팀장님.
"무슨 일 있냐?"
"네?"
"이 새끼 이거.. 아니 그렇잖아.
연차도 잘 안 내던 놈이 4일씩이나."
"놀러 갈 겁니다."
".. 이 겨울에?"
"네."
뭔가 하실 말이 더 있으신 것 같아 보였음에도
더 이상 묻지 않으시고 휴가계획서에
사인을 해주시던 팀장님.
"아오씨.. 이거 우리도 그 뭐냐.. 전자결재로
바꾸면 안 되나? 매번 귀찮아서 이거..
도리야, 니가 심심할 때 한번 만들어봐라."
"..."
"갔다 와. 돈 문제는 아니지?"
"네 아닙니다."
"그럼 됐다. 집안일이야 어떻게든
풀리게 돼있어. 너무 걱정 마라."
"넵! ... 그걸 어떻게..?"
"인마, 니가 갑자기 휴가 4일을 낼 만큼 큰일이
돈 문제 아니면 집안일밖에 더 있겠냐?"
"..."
"내가 이 짬 똥구멍으로 먹은 줄 아나..
잘 해결하고 와. 간 김에 푹 쉬고"
휴가 결재가 끝나고 자리에 돌아오는데
정현이가 아빠를 빤히 쳐다보더라고.
"왜? 뭐? 묻지 마. 알려줄 거 없으니까."
"..."
또 질문 공세를 퍼부을까 봐
선수 치는 아빠를 조용히 쳐다보던 정현이.
"그.. 아니야.. 잘 해주고 와.."
"어?"
"...."
아빠의 표정과 행동에서
이미 다 드러났던 걸까?
다들 알고 있는데
아빠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
"상처가 숨긴다고 숨겨지나.. 차라리 드러내야지."
화장실을 갔다 오는 건지 때마침
아빠 자리를 지나가던 민차장.
"그래야 공기도 통하고..
딱지도 빨리 앉고 회복도 빠르지 않겠어?"
살짝 아빠에게 비타민 음료를 내미는 민차장.
조용히 받아든 아빠에게 민차장은
계속 말을 이었어.
"제가 그렇게 아파 보여요?"
"상처가 보이는 것 같아 말한 거야.
네가 하도 숨기려고만 하는 것 같아서.
말이라도 안 꺼내면 계속 그 안에서 곪을 것 같아서"
"하아.. 그런 걸 오지랖이라고도 하죠.."
아빠의 어쩌면 선 넘는 말에 살짝 웃던
민차장.
"그런가?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우리 정도 사이면 한번쯤 부려봐도 좋지 않을까?
그 오지랖이란 거 말야.."
민차장의 말을 듣고 나서야.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어.
/"나.. 진짜 못하겠어.."/
엄마는 이미 아빠에게 상처를 보여줬던 거야.
아프다고. 여기가.. 너무 아프다고 울며 외쳤는데
아빠는 그걸 보려고조차 안 하고 외면했던 거지.
"저..저..저.. 이야.. 도리 요즘 잘나가네.."
"알람시계야 뭐야? 6시 땡 치니까 나가네?"
그날 퇴근 시간만 기다렸다가 정각에 바로
뛰쳐나갔던 것 같아.
꽉 막힌 퇴근길.
혹시나 또 힘들어하고 있진 않을까.
엄마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더라고.
"나 왔어!"
"아빠 왔다~"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평소와 다름없는 엄마의 모습은
아빠를 당황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지.
"어.. 괜찮아?"
"아니! 아저씨가 좀 도와줘..
도아 또 똥폭탄이야!"
"아니.. 어.. 그래 전화는 왜 안 받아?"
"전화했었어? 아 몰라.. 애들 깰까 봐 무음으로
해놔서 몰랐나 보다.."
"... 도아 기저귀만 갈면 돼?"
"아니야 내가 할게. 씻겨야 되거든. 당신 젖병 좀
닦아줄래?"
"혼자 할 수 있어?"
"읏차! 응? 뭐라고?"
"좀 도와줄까?"
"놉! 도아 씻으면 아저씨도 바로 씻어라요~
담배 냄새!"
젖병을 닦으려고 싱크대로 향했어.
싱크대에 딱 젖병 3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더라.
"밥은 먹었어?"
"아저씨~ 안 들려~"
"..."
설거지를 하면서 젖병만 안 닦진 않았을 텐데
말이지..
"읏차~ 도윤아~ 비켜~ 비켜주라 좀.."
다 씻긴 도아를 내려놔야 하는데 도윤이 눈에는
도아만 안아주는 걸로 보였는지.
계속 엄마 옆에서 떠나질 않는 거야.
"도윤이 아빠랑 놀자~ 비행기 탈까?
슈우우웅"
"으캬캬캬캬캬"
그 틈에 도아를 눕혀 열심히 물기를 닦고
기저귀도 채우고 옷도 입히느라 정신없는 엄마.
"나.. 내일 회사 안 나간다?"
"어~"
"..."
아빠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의미 없는 대답만 하는 엄마.
"나 낼 회사 안 간다고"
"어? 왜? 내일 쉬는 날인가?
오늘이 며칠이지? 무슨 요일이야?"
"월요일.."
"아.. 월요일. 그래서 내일 회사 안 가는구나.."
도아 때문에 정신이 없는 건지
아니면..
"어? 근데 왜 출근 안 해? 오늘 월요일이면
내일 화요일이잖아."
"똑똑한데? 빨리 맞추네?"
"우씨.. 개도리가 또 괴롭힌다."
"4일 휴가 냈어. 당신도 휴가 줄 겸."
"진짜?"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좋아하던 엄마.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콧노래까지 부르며
도아를 케어하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단다.
"애들 자?"
어차피 내일부터 고생할 테니 오늘까진
편히 쉬라며 거실로 쫓아내버린 엄마 때문에
음소거 상태로 티비를 보고 있는데
안방에서 엄마가 조용히 나오더라고.
"어. 이제 재웠어."
"맥주나 한잔할까?"
"안 돼. 모유수유할 때 술 먹으면 안 된댔어."
"막걸리 먹을래? 그건 괜찮다던데."
"놉! 우리 하지 말란 건 하지 맙시다, 아저씨?"
"하아.. 도윤이 때도 그러더니 뭐 이렇게
하지 말란 것들이 많냐..."
"헤헤 그러게.. 할 수 있는 것도 하나도 없게.."
"..."
불 꺼진 거실. 티비 불빛이 엄마의 눈에
비춰서였을까. 그날따라 엄마의 눈은
더 쓸쓸해 보였던 것 같아.
혼자 맥주를 마시고 그렇게 잠이 들었건만
여전히 새벽에 울려 퍼지는 너희들의 울음소리에
잠을 못 이루는 건 어쩔 수 없었지.
"...안 자?"
"응. 당신 자."
"... 응? ... 안....자?"
"헤헤~ 졸지 말고 편히 자. 그리고 있잖아 나..."
그렇게 다시 잠이 들었던 것 같아.
얼마나 잔 걸까?
"으앙~~"
"으아앙! 음마아~"
이른 아침. 시계를 보니 7시 20분.
너희들 우는 소리에 다시 잠이 깨버렸어.
'휴가인데도 이 시간에 깨는구나..'
제일 먼저 도아 기저귀부터 확인했지.
움직일 수 없는 그나마 안전한 도아는
그대로 두고 도윤이를 안고 거실로 향했어.
/똑똑똑/
"안에 있어? 도아 계속 우는데?"
화장실 문에 노크를 하고 말을 거는데
엄마가 아무 말도 없는 거야.
'맘마부터 먹여야겠지..?'
젖병을 집어 들어 분유를 타기 시작했어.
"내가 먹일게 천천히 나와"
그렇게 분유를 타 와서 먹이는 것만으로도
어찌나 힘이 들던지. 고작 밥 먹이는 건데도 말야.
"음마.."
"그러게 엄마가 왜 안 나올.."
순간 이상한 거야. 아무리 오래 걸려도.
내가 일어난 지도 한참 됐고,
분유를 탄 것도 모자라 지금 다 먹여 가는데
아직도 화장실에서 나오질 않는 엄마가 말이지.
"미... 미진아!"
갑자기 든 두려운 생각에 도아를 살짝 내려놓고
화장실로 뛰어가서 문을 열었어.
"... 없네?"
집 안을 둘러보니 엄마 핸드폰도 그대로 있는 거야.
답답한 마음, 그리고 불안한 마음에
도저히 뭘 할 수가 없겠더라고.
"으아앙"
"압하~ 압하~"
도아는 울고 도윤이는 보채고.
그 순간에도 아빠는 시계만 보고 있었어.
10분..
30분..
한 시간..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굳게 닫힌 현관문은
열리질 않았어.
'도대체.. 어딜 간 거야.. 핸드폰도 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