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열린 문
그날 우리 집 현관문은 세 번 열렸다.
첫 번째는 아침 일곱 시 십 분이었다. 새벽 여섯 시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집 안쪽에서도 문 하나가 열렸다. 아들 방문이었다. 밖에서 들어오는 사람과 안에서 나오는 사람이, 누가 신호를 준 것도 아닌데 같은 박자에 문을 열었다.
"일어났어?"
아들은 대답 대신 씻으러 들어갔다. 5학년의 아침 인사는 대체로 말보다 발걸음으로 한다.
맑은 수요일이었다. 문 두 개가 동시에 열리면서 우리 가족의 하루가 시작됐다.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하루가 제시간에, 그것도 꽤 씩씩하게 출발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운동 가방을 내려놓고 부엌으로 갔다. 아내는 이미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식탁을 닦고 수저와 젓가락을 꺼내 자리마다 놓았다.
아들은 씻고, 아내는 아침을 하고, 나는 식탁을 차렸다. 누가 정해 준 것도 아닌데 셋이 각자 한 칸씩 맡았다.
연휴 사흘 동안 부엌을 맡았다가 어제 은퇴한 요리사는, 오늘 식탁 담당으로 다시 취업했다. 직급은 조금 내려갔지만 할 일은 분명했다. 식탁을 닦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놓는 일. 아내가 불 앞에 서 있는 동안 나는 식탁 위를 맡았다. 같은 아침을 둘이 반씩 나눠 들었다.
오늘 아침은 토스트였다. 식빵에 바질 페스토를 바르고, 그 위에 달걀을 올리고, 다시 그 위에 치즈를 얹었다. 빵 위에 초록이, 초록 위에 노랑이, 노랑 위에 치즈가 한 겹씩 쌓였다.
옆에는 바나나주스. 다른 접시에는 삶은 달걀과 귤, 배, 옥수수. 그리고 비타민 스틱 한 포.
귤은 어제 처음 등장하더니 오늘도 자리를 지켰다. 하루 만에 신입에서 고정 멤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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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온 아들이 말했다.
"오늘 학교에서 샌드위치 만든대."
아들은 식탁 위 토스트를 보더니 한마디를 더 했다.
"아빠, 이거 맛있겠다."
빵 위에 무언가를 바르고, 올리고, 덮은 것. 샌드위치를 만드는 날 아침에, 아들은 샌드위치의 사촌쯤 되는 토스트를 먹고 있었다. 말하자면 예습이었다.
"오늘 샌드위치도 잘 만들어."
"응."
대답은 한 글자였다. 아침 인사를 건너뛴 아이치고는 후한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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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샌드위치는 사실 어제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내는 전날부터 필요한 재료를 챙겼다. 집에 없는 것은 주문했고, 주문한 물건은 오늘 이른 아침 집에 도착했다.
내가 새벽 수영장에서 물살을 가르는 동안, 아들 샌드위치에 들어갈 재료들도 어딘가에서 우리 집으로 오고 있었다. 오늘 새벽 이 집 현관 앞에 도착한 건 나만이 아니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만드는 샌드위치 한 개. 그 뒤에는 어젯밤 아내가 채운 장바구니와, 밤사이 길을 달려온 새벽 배송과, 식탁을 닦은 아빠의 아침이 들어 있다. 아이는 학교에서 빵 사이에 재료를 끼우면서 그 사실을 모를 것이다. 몰라도 된다. 샌드위치는 원래 맛있게 먹으라고 만드는 거니까.
아들은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갔다. 나는 회사로 갔다. 아내의 밥은 우리가 다 나간 다음이다.
아침에 잘 출발한 하루도 오후에는 한 번쯤 어긋난다. 어른의 하루도, 아이의 하루도.
학교가 끝난 뒤 아들은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 나가기 전에 한 시간만 놀고 오겠다고 했다. 한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현관문이 두 번째로 열린 건 거의 오후 네 시가 되어서였다.
나는 그때 퇴근해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랑이 왔어?"
"응. 근데 한 시간만 놀고 온다고 했는데 너무 늦게 왔어."
아내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아이를 혼냈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은 농구 수업에도 보내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은 농구를 좋아한다. 오늘 아들의 손에는 농구공 대신 연필이 쥐어졌다. 숙제와 해야 할 공부가 농구 코트 자리에 들어앉았다.
밖에서 노는 아이의 시계는 집에 있는 어른의 시계보다 늦게 가는 모양이다. 아들의 한 시간은 친구들 사이 어딘가에서 몇 배로 늘어나 있었다. 그 늘어난 시간의 값을, 아들은 농구 수업 한 번으로 치렀다.
전화를 끊고 걷다가 오래전 토요일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5학년이던 때는 이런 일로 혼나 본 기억이 없다. 약속을 잘 지켜서가 아니었다. 토요일이면 오전 수업을 마치고 동네 친구들과 팽이를 치고 딱지를 치고,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놀았다. 집에는 형과 누나뿐이었다. 몇 시에 들어오는지 시계를 보는 어른도, 숙제는 했느냐고 묻는 어른도 집에 없었다. 늦게 들어가도 혼낼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 아들이 혼난 데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집에 시계를 보는 사람이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고, 네 시가 다 되도록 현관을 기다린 사람이 있었다.
아들은 오늘 약속을 어겼고, 혼이 났고, 좋아하는 농구 수업을 놓쳤다. 서른몇 해 전의 나는 약속을 어겨도 혼날 일이 없었다. 둘 중 누가 더 운이 좋은 아이인지, 나는 안다.
아침에 먹은 귤이 생각났다. 귤은 껍질째 있을 때는 한 덩어리인데, 껍질을 벗기면 여러 조각으로 나뉜다. 오늘 아들의 하루도 그랬다. 샌드위치를 만든다고 들뜬 아침 한 조각, 약속을 넘겨 버린 오후 한 조각, 농구공 대신 연필을 잡은 한 조각. 조각마다 맛이 달랐지만, 다 합쳐야 귤 하나가 된다.
퇴근길 끝에서, 나는 세 번째로 현관문을 열었다.
아들은 바카라상 앞에서 연필을 쥐고 있었다.